잠금장치가 가출했기 덜렁덜렁했던 둘 반에 밥통도 짱짱하게 고쳤겠다, 오늘의 출행은 그간 아껴뒀던 고창 해리면이다. 먼저 09시 팔복동 쌍용공업사에서 체어맨 정기검사를 마친다. 27년 된 고령차지만 워낙 마일리지가 적고 만듦새가 튼튼한지라 모든항목 양호로 합격이다. 이어 후딱 환복하고 10시 반 APT를 나선다. 덥지도 춥지도 않다. 그야말로 상쾌허다. 쓰로빨도 훌륭허다.
30여 분 후 백산 시골집. 어머니 표현대로 없는 건건이에 한끄니, 그리고 백짓장으로 오려 만든 부피감 없는 어머니의 어깨를 주물러 드린다. 최근 1~2년새 아버지의 식사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래도 천천히 잘 드시는 축이다. 담배까지 한 대 태우신다.
도중, 아버지 전동차에 밧떼리교체차 백룡오도바이에 들른다. 건 2~3년 만이다. 매우 반기신다.
“앗따 이건 또 먼 물견인가요, 얼매만에 보는 효성 GSX여, 끝내주는그만요이.”
“돈지가 집이라고 헌게 생각나는디 70년대 돈지에 문원봉씨라고 자개 맹그는 분이 계셨는디 그 분이 CB250을 끄셨어요.”
“그리고 에~또 읍내에 나나한 끄셨던 사장님도 있었그만요, 그 시절 부안에서도 깜냥 존 오도바이들 타고 댕깃어요.”
“네 감사혀요, 사장님 PS250은 잘 타고 기신가요?”
“PS250은 파쏘다가 팔읏어요, 앗따 올리자말자 나가버리대요, 깜짝 놀랏으요”
“모터뱅크 김사장이 하나 남은 거람서 가지가라고 히서 갖곤 것이디 그게 그렇게 인기 있을 줄이야...”
백룡오도바이에서 1시간여 환담 후 고창 해리면까지 논스돕 쾌속주행이다. 줄포를 지나 후포로 틀어 줄포만을 건너 심원면으로 접어든다. 여기서부터 DJI액션캠을 켠다. ‘잘 작동되것지.’ 토요일이지만 워낙 시골이라 오가는 차가 없다. 꼬시람이 배가된다.
30년 전 한전 고창지점에서 근무할 땐 대수롭지 않았던 일대의 정경들이 갈수록 나의 몸 깊이 삼투압 중이다. 해리면 본정통에 가까워질수록 기시감이 맥동한다.
해리오일장 장옥에 오도바이를 바치고 천천히 본정통을 걷는다. 중앙시계점 진열대에 시선이 멈춘다. 사발시계가 건 40년은 되어 보인다. 80년대 초 백일장 장원 부상으로 받았던 사발시계다. ‘니가 용케도 세월을 초월하고 있구나.’ 해리공용터미널은 무인으로 운영 중이다. 이용객이 없다. 초로의 버스기사가 핸드폰을 응시하며 담배를 끄스린다.
본정통 여기저기 빈집 투성이다. 폐가를 허물고 맹근 황토밭에 관개작업이 한창이다. 왠 방앗간발동기 소린가? 목하 청색 뺑끼로 고색창연한 세레스가 뽐뿌벨트를 돌리고 있다. 벨트는 사이시옷을 그리며 쓰베루없이 묵묵히 회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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