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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frac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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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LA 서너시간도 아니고 10시간 넘는 비행은 2005년 영국 이후 19년 만이다. 미국은 언제 가보나 했는데 결국 이렇게 가 보는구나. 1.16. 오후 14:30 인천공항에서 이륙(LA시각 1.15. 오후 17:30)하여 LA시각 1.16. 05:00에 LAX에 도착, 얼추 12시간 걸렸다. 일금 240만원에 양계장 닭체험이랄까, 좁디 좁은 좌석에서 기내식도 먹고 영화도 보고 잠도 자고 다 헌다. LA공항에서 LA한인회관까지는 1시간 거리다. 1981년에 입주한 한인회관은 은마아파트 상가건물을 보는 듯 고아하다. 1층은 한인회 사무국이, 2~5층은 한인상가와 각종 협회가 입주했다. 한보건설에서 지었을까, 안내판도 은마아파트 상가안내판과 비슷하다. 한인타운 거리거리는 92. 4월 LA폭동사태당시 TV에서 보던 ..
7년만에 월남 2016. 2월 이후 7년만에 재방문한 월남 노이바이공항으로 입국해서 하노이에서 1박, 서너시간 달려 하롱베이까지 7년전과 같은 동선이다 이야말로 디지털트윈에 버금가는 트래블트윈. 7년이라, 유년기의 7년은 엄청난 변화의 세월인데 그간 원남은 뭣이 변했나, 크게는 못 느끼겠다 그래도 활자화하면 거리의 쓰레기가 상당량 줄었고, 하롱시에는 목하 대규모의 위락시설이 조성 중이다 KBS 이슈팩 쌤과함께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곽성일 박사가 2026년부터 하노이시내에서 엔진오토바이를 금지한다니 이거야말로 앞으로 엄청난 변화의 서막일 터. 하롱시 비벌리힐즈 언덕위 드로이호텔에 여장을 풀고 초저녁에 한 번, 이튿날 새북에 또 한 번, 두 번이나 호텔아랫마을 골목을 거쳐 바이차이(채소)시장까지 산책했다 84년 프랑스영화..
백운 3거리 근대화상회 백운3거리에서 물레방앗간쪽으로 틀자마자 검은 뺑끼의 근대화상회가 시선을 압도한다. 회색 콩끄리 단층건물에 별다른 매대나 구색, 인기척이 없다. 분명 전빵은 아닌거 같고 그냥 근대화상회다. 얼래? 내가 아는 근대화슈퍼는 보통명사였는디. 이를테면 근대화슈퍼체인 부흥상회, 협동 근대화슈퍼 등이다. 다시 보니 글씨에 윤기가 있고 국번호도 세자리다. 원래부터 근대화상회는 아니고 유휴건물에 레떼르만 근대화상회로 썼을 것이다. 근대화상회 뒤편엔 꽤 넓은 공터가 있다. 공터라 해얄지 광장이라 해얄지, 주차장이라 해얄지 아무튼 깜냥 넓은 곳인데 꽁끄리바닥에 흰 뺑끼로 먼가 금이 그려져 있는게 아닌가, 오징어살이도 아니고 구슬치기도 아니고, 윷놀이는 더욱 아니고 대체 먼 금일까? 마침 부락 남정네 칠팔명이 먼가 놀이중이다..
한바리, 장항음식문화특화거리 백제의 양축인 부여와 익산을 잇는 백제로구간이 20여년의 위업끝에 올초 개통되었다 웅포대교에서 삼기면까지 쭉 뻗은 직선도로로 특이하게도 4차선이 아닌 2차선이다 2,000년전 로마와 식민지를 잇던 고대고속도로랄까, 도로의 선형으로나 역사적 의미로나 상당히 이국적이다 마침 날도 겁나 푸근게 그럼 또 달려봐야지 평일 독바리의 호젓한 맛이라니 백제로를 따라 전북과 충남을 잇는 웅포대교까지 시원하게 땡기고 다시 금강수변도로를 달려 장항음식문화특화거리까지는 찬찬히 부유허는 걸로 머릿속에 입력하고 출발헌다 근디, 아니 먼 놈의 도로표지판이 이렇게 헷갈려? 익산 쌍릉 어디쯤에서는 도로가 끊기지를 않나, 게다가 해까지 급히 자취를 감춰버리니 급히 의욕이 감퇴되어버려 1차 시기는 포기로 마무리. 1주일 후인 12.22...
목포 근대역사문화거리 부유 지난주 태안, 이번주 목포. 태안은 오도바이로, 목포는 자동차로. 대한민국 1번 국도의 기점이자, 호남선의 최남단인 목포를 15년만에 찾았다. 서해안고속도로 양옆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은 목하 황금빛에서 잿빛으로 느리게 탈색 중이다. 드문드문 베지 않은 나락 역시 잿빛으로 사위어가고 있다. 목포문화원 공터에 차를 대고 목포근대역사문화거리를 천천히 걷는다. 국제수묵비엔날레기간이라 여기저기 플래카드와 현수기가 걸려 있으나 관람객은 드문드문하다. 평일탓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여느 구심지처럼 석양녘의 귀로같이 한적하다. 그간 간판개선사업, 상징 조형물 등 가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왼갖 사업비를 쏟아부었을 테지만 목하 상가 다섯군데 중 한곳은 상시 임대중이다. 고색창연한 적산가옥도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다. 적산가옥까..
얼큰이 그대, 은진이 미륵불 완연한 가을이다. 올해처럼 계절이 모세의 기적처럼 쩌억 갈라지는 해가 또 있었던가, 한 숨 자고 인났더니 백발이 성성히짓다는 신선은 아닐지라도, 감나무 묘목을 심구고 한숨 자고 인났더니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더라는 삼례오일장의 묘목할매는 아니더라도 신묘한 경험이고 세상은 충분히 경이롭다. 이아침 선선헌 바람이 이니 뜬금없이 얼큰이 은진이가 그리워진다. 관촉사 은진미륵. 그옛날 국사책에서 봤던 흑백 잔영의 은진이는 논바닥 한가운데 얼큰하게 세워진 보통사람 얼굴의 미륵불로 생각해왔고 친견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 미륵불의 말마따나 공랭식엔진의 필링은 비가 올 듯 말 듯한 날씨에 극대화된다. 한바탕 비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일기에 흠뻑 젖어도 흥이 오를 날씨니 개의치 않고 1번국도 삼례에서 연무대를 지나 ..
10년만에 자전거로 백운을 톺아보다 일요일 오후, 얼마만의 백운고원길 라이딩인가. 건 10년만이다. 강산이 한번 변했어도 백운은 여전히 천혜의 경관을 자랑헌다. 서쪽 멀리 900m의 내동산이 웅장하고 동쪽 윤기부락 바로뒤 1200m의 덕태산이 가파르다. 백운들판 서편 가장자리로는 섬진강 상류가 또아리틀고 있다. 강이라기..
구례 산동면 산수유마을 김종길(1926~2017) 성탄제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