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도 아니고 무려 대우조선공업에서 제조한 1992년식 라보.
완주군 이서면에서 지척인 김제시 용지면 효정부락의 어느 황토밭 비닐하우스에서 30년 넘게 잠자고 있던 물견이다
이제 갓 6만km을 넘겼다
등록증을 보니 '90년대에는 얼추 5만km를, '00년 이후 20년간은 1만km를 뛰었으니 연간 주행거리는 고작 500여km에 불과했다
딱 모내기철 이앙기 주행거리다
왜 이렇게 애껴 타셨어요?
어~ 면세유 받을라고 갖고만 있었지 겉은 드란디 알고보먼 쌔놈이여
대전 보문카정비에서 캬브바라시 한번 해 주고 진흙과 폐유로 쩔었던 엔진앗세이도 돼지털솔로 뽀송뽀송하게 문대줬다
이제 차꼴이 난다
시동도 일발이다
앗따 맑고 고운 이 소리
익숙한 이 소리
티코하고 똑같다
라보의 매력은?
타미야 1:6스케일보다 조금 큰 앙증맞은 와꾸에 똥그란 삼립다마, 초크꼬챙이, 티코에도 들어간 최첨단 헬리오스엔진이라 공회전도 보들보들허다
트럭에 휘발유엔진이라니, 풍신이 트럭이라고 프로펠러샤프트에 데우라니.
트럭은 트럭이다
기아가 뻑뻑헌데 3단 늘 때는 종종 따블크러치를 밟아주고 제대로 들어갔는지 한번씩 휙 젓어준다
과속방지턱에서는 뒷머리에 채석장 발파음이 들리고 패인 노면에서는 비포장 신작로에 버스같다
그래도 아시아 록스타보다야 낫지 않것어?
1992년식 휘발유 라보는 신태인읍사무소에서 우체국 방향으로 본정통을 톺고 하은피아노 간판과 폐피아노가 마주하는 이면도로를 지난다
지리한 장맛비에 길냥이도 무기력했던지 먹잘 것 없는 그릇을 건성으로 핥는다
저 건물뒷편에 신형 라보가 한 대 있지...
나는 휘발유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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