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군산방향으로 조촌동을 지나는 번영로변 어느 마을입구에 오래된 철재간판이 유독 눈에 띄였던 건 독특한 마을이름 때문, 이름하여 무용촌.
특정직역, 혹은 배경을 짐작케 하는 기자촌, 정농촌, 문화마을. 존걸마을 등은 미루어 짐작이 가능헌데 무용촌이라...
설마 댄스를 뜻하는 무용?이 얼핏 떠오르는 건 비단 나만이 아니었을 터.
다음지도를 검색해 보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주시 원동 매암마을, 다른 이름으로 호국용사촌이었다.
이런류의 단선적인 혼선은 이젠 안녕이라는 듯 어느 해부턴가 ‘무용촌’이라는 철재간판은 아예 사라졌고 동네입구 어디에도 마을의 유래를 인식할 만한 표식물은 이제 없다.
부락을 한 번 톺아봐야지 했던 게 몇 해던가,
비로소 오늘 육오공을 끄시고 들어가 본다.
마을 도로는 일방통행으로 진입로와 퇴로가 구분되어 있고 부락 정중앙에 70년대 공공건물 외관의 호국용사촌 회관이 자리하고 있다.
갈색 타이루로 마감친 둥근 기둥 2주가 마치 작은 문화궁전 풍신이다.
전동의자로 마실나가던 어머니가 친절히 설명해 주신다.
“어 저거 나라에서 지어준 거여, 옛날에 마을사무도 보고 그릿지,”
“네 회관이 아조 특히허게 생깃그만요, 그리서 역부러 귀경허러 왔그만요.”
“어 글혀이, 젊은 냥반이 어찌케 이런디를 다 알고 오싯디야, 찬찬히 귀경허소.”
회관 옆 초현대식 마을주차장도 농촌치고는 상당히 이색적인데 입구에 마을안내지도, 전기차충전기, 쓰레기분리수거장이 질서정연하다.
골목골목을 걸어본다.
여느 농촌과는 다르게 폐가나 스레이트지붕, 흙벽주택은 없고 모두 개량지붕에 반듯반듯한 양옥이니 가히 이곳이 어느 시기 정주목적으로 일시에 지어진 문화마을임을 짐작케 한다.
집집마다 대문옆 화분에는 맨드라미가 자색 빛을 발하고 개의 컹컹소리가 찬바람에 한층 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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