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읍시, 부안군(계화면) 이모저모

돈지 돈지 돈지

돈지는 나의 고향으로 태어난 해인 1971년부터 이사나갔던 1986년까지 살았다. 그러하니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중반의 온갖 기억이 하드디스크마냥 골목골목 부로꾸 담벼락에 각인되어 있는 곳이다. 6개 돈지부락 중 비교적 외곽인 신돈은 수도 없이 톺아봤지만 서돈과 동돈을 포함한 원돈지 전체를 돌아보기는 처음이다. 아무래도 아는 사람 마주칠까, 친구라도 볼까 봐 저어했던 터다. 하지만 40년 전 떠난 고향이다. 다음 로드뷰를 보니 골목골목은 형태만 예전 그대로일 뿐, 7할이 공가, 혹은 폐가다. 젊은 사람이 있을 턱이 없고 고령층도 반 이상이 독거일테니 아무리 걷는다해도 40년 전 나를 알아볼 사람은 아예 없다는 판단이 섰다. 현충일 아침 06시 반 아파트를 출발하여 김제 본정통과 부안 본정통을 가로질러 돈지로 진입헌다. 오도바이를 대니 마침 건광관리센터 앞이요, 베랑빡에 대형 돈지전경도가 그려져 있다. 세상에나 정겹고 익숙한 풍경화다. 이건 내가 꿈에 그리던 이상향의 정경 아니던가. 어찌되었든 지금까지는 40년 전 풍광이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10년 후 20년 후 돈지는 얼마나 더 적막해질까? 멀리 80대 노인 한 분이 느릿느릿 걸어온다. 보무도 당당했던 나는 1000년 고목앞에 서듯 일순 두 손을 모으며 허리는 지면을 향해 수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