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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otorbike(체게바라처럼)

04: 30 새북바리, 폐가에서 대자로 뻗다

60~70키로로 칠흑을 뚫고 김제를 지나 부안경계를 넘으니 희붐허니 비로소 새북만의 상서로움이 감지된다.

부안에서부터는 구 지방로를 타고 하서 방면으로 쾌속 주행.

50씨씨의 쬐깐한 차체인데도 아기자기한 고동감이 확장된다.

전반적으로 싸운드는 정숙허고 하이바로 들어오는 바람소리가 9할이다.

소음에 있어서는 제나시스G90급이다.

하서면 본정통에서부터 빗방울이 투두둑~

급히 하서중학교 차고에서 비를 긋는다.

이어 가랑비속에서 깔짝깔짝 인근 논두렁을 걷는다.

리아시스해변같은 중학교 담벼락따라 둘러친 논이다.

논두렁과 밭두렁의 경계에 개량지붕을 한 폐가 한 채가 정겹다.

노인네 두 분 중 한분이 저 세상으로 먼저 가시고 한분은 요양병원에 계시지 않을까...

처마밑에서 작은 마당을 하염없이 구다본다.

창고건물은 80년대까지는 돼지축사로 쓰였을 것이다.

제조체 박스, 빈 비료포대, 다마네기망, 괭이자루가 뽀얗게 먼지로 분칠되어 있다.

건너채는 깜냥 신축이다.

노후된 본채는 옛날방식 그대로 불때는 구조로 냄겨두고 노인네들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추가로 가건물형태로 지은 것으로 보인다.

혹시나 해서 문고리를 돌려보니 빼꼼히 열린다.

개나리빛 모노륨 장판이 어제 닦은 듯 정갈하다.

의외다.

농막으로도 쓰이는걸까...

아조 폐가는 아니다.

방문 맞은편으로는 작은 창이 있고 창 너머로 언덕빼기 잡초가 청량감을 더해준다.

아늑하다.

아랫목 벽과 윗목 벽에 걸린 대형 가족사진 액자가 선명하다.

촬영일자는 없으되 제목은 고희연이다.

지금은 없어진 부안 오륜의 집에서 찍었고 직계가족이 스물대여섯명으로 보인다.

얼추 23녀 정도 두지 않았을까...

수건으로 장판을 훔치고 대자로 뻗는다.

한여름 염천인데도 사지육신이 썬득썬득허다.

보이라라도 틀고 잡은디 전원이 끊겨 있다.

세상에 뜻하지 않은 곳에서 시골집 안방같은 안온함이라니...

철판에 비 떨어지는 소리가 고즈넉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