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잠시 전주동부시장상가에 들렀다.
수십년간을 지나치기만 했지 내외부를 톺아보기는 처음.
1층 출입문을 통해 상가로 들어간다.
시장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상실했다.
실비집으로 보이는 국밥집 한 군데만 영업중이다.
평일 이른 저녁인데도 깜냥 손님이 있다.
노포로 보인다.
플라스틱 그릇 등을 적치해둔 상가진열대는 거개가 갑빠로 덮혀있다.
출입문 가까운 곳에 신사, 숙녀 분리가 확실한, 이른바 개방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이라기보다는 그 시절 변소라 하면 더 어울릴법하다.
변소인데도 관리상태가 매우 우수하다.
상가를 나와 3층~5층은 아파트다.
1982년에 지어졌으니 40년이 넘은 구축이다.
특이하게도 3층에는 중정식아파트에서나 볼법한 드넓은 공간이 있다.
이불빨래며, 텃밭이며, 아파트 공용물품 등이 자유롭지만 나름의 질서를 구축하여 정겹게 산재해 있다.
이런 70~80년대풍의 아파트 공용공간은 서울아파트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전주에서 이런 공간을 귀경허다니,
전주소재 공동주택에서 본 최고의 기시감이다.
이런 곳에 민박이나 월세가 있다면 한 달 살기도 괜찮겠다.
쿠쿠전기밥솥에 저녁을 안치고, 잠시 고무다래 텃밭에 심궈진 고춧대도 보고, 멀리 서녘에 지는 해를 보는 그림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아이스크림 녹듯 일소될 텐데...
일순 무량차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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