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시립도서관은 90년대 중후반 한전을 그만두고 2년간을 부유했던, 나의 또 다른 케렌시아다.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보고 싶은 책 원없이 보던, 영혼이 자유로울 때였지.
특히 수학, 물리, 현대물리학 등 자연과학분야의 교양서적에 재미를 붙였다.
학교에서 이렇게 재미있고 직관적으로 배웠다면 인생의 궤적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보고 싶은 책만 봤기에 죈종일 봐도 질리지 않았고, 어릴 때라 신체적으로도 부대끼지 않았다.
독서에 집중하기 위해 담배까지 끊었지.
달궈졌던 낮바람이 저녁바람과 교차하는 18시 반경에는 매일매일 요촌동, 신풍동 일대를 푸코의 진자처럼 순례했다.
사자대가리가 붙여진 초록대문 밑틔서 우아하게 뒤집던 고양이, 도마도 줄기를 묶던 할머니, 하교하던 김제고녀생, 어느 브로꾸 담벼락 밑틔선 중학생쯤으로 보이던 남녀핏덩이가 찐허게 딥키쓰 중이었지.
이 모든 잔상들이 변함없이 진행중일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 머 다 똑같지.
형상과 빈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
이 아침 김제시립도서관 초입을 톺아본다.
도서관 맞은편 금평상회에 효성스즈끼 미라쥬 250은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건재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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