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XE50을 끄시고 정농홍개길을 타고 초남이성지로 가던 중 마을회관 앞에서 부락 어머니 한 분이 손짓으로 세운다 “젊은 냥반 초남이성지 가시지? 여기 밭 매다가 젊은 냥반 왔다갔다 허는거 여러 번 봤어.” “앗따 어머니 저를 다 지켜봐 주시고 영광이고 고맙그만요” “글혀 나도 반갑네 성지를 글케 자주 가시니 참 축복이지” “왜 근고허니 집에 한 30년 세워둔 오도바이가 있는디 우리 영감이 타던 거여 한 번 봐바바”
회관앞 어머니의 집은 70년대풍의 전형적인 콘크르트 벽돌조 문화주택이다 주택 안쪽으로 지붕 낮은 스레이트건물은 각각 화장실과 농자재창고로 쓰이고 있다 소나무에 널판을 덧댄 나무문을 여니 제법 큰 오도바이 한 대가 웅숭거리고 있다 허름한 농가창고에 번쩍이는 크롬메끼 짐다이에 동백꽃 지름탱크라니, 포경선에 고래마냥 더욱 웅장해 보인다
“하이고 딱 30년 전이여 내가 영감헌티 차를 사야지 먼 오도바이냐고 그릿네” “그리도 야 뒤에 타고 격포 가서 회도 먹도 여기저기 존디도 많이 댕깃어 사 놓고 몸이 아파서 얼매 타지도 못 힛어 쌔놈이여” “영감 죽고 트럭도 팔고 갱운기도 팔고 다 처분힛어 야는 추억이 있은게 한번썩 닦어줌서 계속 갖고 있었어” “근디 인자 나도 나이먹고 언제갈지 몰른게 야도 보내야지 어찌겄는가 젊은 양반이 갖고 가”
“내가 7살되던 해 1.4후퇴에 황해도 옹진이서 이리 왔어 우리 영감도 같은 고향에 피난민인디 내가 14살 되던 해부터 나를 그렇게 쫒아댕깃쌌던가, 내가 이쁘기는 힛는갑소 아 그때부터 연애를 히갖고 결혼히서 땅도 넓히고 애들도 다 갈치고 인자 좀 살만헌가 싶었는디 먼저 가버리네”
“아이고 어머니 세상에 공짜가 어딧어요 제가 잘 고치갖고 팔어 드릴게요” “아녀아녀 참말로 돈은 무슨, 그냥 갖고 가 믿음이 깊은 사람인게 걍 갖고 가”
“인생 별거 없어 치매없는 노년이 축복이요 자다가 편안허게 저 세상으로 가면 할렐루야지 머”“여그 텃밭 한 번 봐바바 혼자 일구고 있는디 갈수록 심이 부치네”
마늘은 이제 막 수확을 앞두고 있고 감자는 왕성하게 싹을 틔우고 있다 파릇파릇 잎사구들의 군무가 현묘하다 텃밭안에 소우주니 작물과 내가 다를까 그걸 아는지 감나무는 묵묵히 텃밭을 지키고 있다 “참 맛난 감이여 옴서감서 가을에도 귀경히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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