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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진들

1977. 10. 11 농촌시범주택, 쌍용주택과 한일주택

 

1977. 10. 11 농촌시범주택, 쌍용주택과 한일주택

 

1, 2, 3구 쌍용부락, 한일부락의 추억.

 

초가를 개량한 흙벽의 외딴진 스레이트집에서 살다

시범주택으로 이사허니 TV가 가장 먼저 나를 반긴다.

TV는 세집 건너 한 대꼴인 걸로 짐작헌다.

지금도 또아리 트는 프로는 흑백 뉴우-스와 흑백 타잔이며

주말마다 텍사스벌판에선 콧수염의 사내가 장총을 겨누며 인디언을 추격헌다.

특이허게도 거개의 총잽이는 외팔이거나 애꾸였는데

확실히 일반인 총잡이에 비해 씨긴 씨다.

 

부모님은 뭣보담도 새북마다 불 안 땐게 좋다고 허신다.

그러나 시범주택의 연탄아궁이는 불량이 많아

다시 재래식 아궁이로 고치는 집도 있었다.

세수는 노깡을 묻어논 마당이서 헌다.

한겨울에는 삼순구식허듯기 매우 띄엄띄엄 허는데

그나마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허는척 한다.

후딱 씻고 짐나는 손으로 철제 미닫이 문고리를 잡으면 손꾸락에 쩌억 달라붙는다.

밥상은 부엌에서 방으로 들어오는 사이 얼어버려

신건지 그릇이건 밥그릇이건 밥상우그서 번들번들 미끌린다.

반찬은 고칫잎에 버무린 황새기젓과 김장김치,

흰배춧잎과 사과가 풍성한 신건지, 지름기 근근헌 갈치구이가 매일 오르고

어머니가 부안장날에 댕겨온 날이면 돼지김치찌개가 올라온다.

 

세끄니 밥 외에 간식은 콩대에 구워먹던 전어,

장작에 구워먹던 고구마,

연탄불에 구워 먹는 가래떡이 생각난다.

별미는 뭐니뭐니해도 곤로에 끓여먹는 주황색 봉지의 삼양라면이다.

불완전연소된 석윳내-일명 끄을음이 밴 면발의 맛은

그 어떤 산해진미와도 비교헐 수 없는, 시범주택 곤로만이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