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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hodgePodge)

빈티지 워크맨을 다시 듣다.

 

STEREO CASSETTE PLAYER WALKMAN WM-3


나카미치 테잎테크인 CD-45Z를 테잎데크인 TD시리즈로 바꾸려 했으나

들을만한 데크는 죄다 무출 뿐이다.

 앰프에, 우퍼에, 게다가 복잡해질 배선까지 생각하니 꺼려진다.

Pure Simplicity를 추구허는 티코 아닌가...

대신 선택헌 것이 워크맨을 카오디오 AUX로 물려 듣는 것이었고,

탁월한 선택이었다.

AUX로 물려듣는 mp3(Monolith)는 간혹 전원 끄는 걸 깜빡허는데 워크맨은 안심이다.

오토스탑이기에...


영혼 없는, 백지장으로 오려 맹근 듯한 MP3 음악으로 디지털화된 귀를

꺼덕꺼덕 모터로 구동허는 테이프 음악으로 중화시킨다.

나의 몸은 수십억년간 아날로그로 진화해 왔고, 진화하는, 천상 아날로그이기에...

 

 

<마애삼존불 방식으로 마감한 전면부>

전면의 SONY, WOLKMAN, ⇨, 테이프창을 두른 직사각형 테두리 등은

절삭한 금속 조각들을 수공으로 일일이 붙인 줄로 알았는데 거꾸로였다.

태안 백화산의 마애삼존불의 그것처럼 글씨만 오롯이 남겨둔 채 전면을 절삭했다.

좌측의  STEREO CASSETTE PLAYER WM-3 METAL이 음각된 걸 보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일본 경제의 버블이 워크맨에서는 날리는 쇳가루로 재현된 것이다.

이런 역작이 나의 손에 들어오다니...

 

 

 

<대범하게 절삭가공한 상단부>

상단부 역시 통금속을 통 크게 절삭했다.

덕분에 조작감이 콤포넌트급이다.

 

 

 

<워크맨엔 역시 옐로라벨>

호떡 굽듯 30분마다 한번씩 바꿔주는 손맛까지 선사한다.

 

 

워크맨은 70년대 후반부터 생산되어 9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린 후 서서히 MP3에 밀리기 시작 해 이젠 저렴한 중국산 어학용 찍찍이가 희미하게나마 명맥을 잇고 있다. 같은 워크맨이라도 8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워크맨은 일본의 경제적 자신감이 최고조로 팽배한 시기에 제작된 것들이다. 순도 높은 알루미늄 케이스, 묵직한 모터, 존재감 확연한 개개 전자소자, 게다가 견고한 가죽케이스 등등 최고부품들의 결정체였다. 원초적이고 감성적인 소리의 질감은 당연한 결과다. 이후 출시되는 최첨단 반도체회로로 뻥튀기한 워크맨들, 그리고 요즘 MP3에서는 도저히 접할 수 없는 매력이다.

개인적으로 81년에 출시된 F2와, 83년에 출시된 F10, 두 대의 워크맨을 가지고 있지만 30년의 세월에 제대로 발효되어 버렸다. F2는 벨트와 헤드가 노후되어 음질이 썩 좋지 않고, F10은 아예 벨트가 정지되어 버린지 수삼년이다. 국내에서는 이제 수리할 곳이 없으며 일본으로 보내려 해도 꽤 성가신 일이다. 틈틈이 온라인경매, 벼룩시장을 기웃거려 봤지만 물건은 좀체로 발견할 수 없었다. 덕분에 팔십년대에 출시된 옐로라벨 은은한 클래식 앨범들, 비틀즈 미공개 기념앨범 등 많은 주옥같은 카셑음반은 책장에서 입자 고운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천우신조하샤사 이번에 낙찰받은 WM-3는 최초의 워크맨으로 기억되는 TPS를 개량한 업그레이드 모델로 재생버튼 아래에 처음으로 PLAY를 각인했다.( 이전모델까지는 LISTEN으로 각인) 크롬테잎과 메탈테잎을 구분하며, 좌우 개별로 음량조절이 가능한 콤포넌트급 기능까지 장착하였다. 또한 동시 청취할 수 있도록 2개의 헤드폰 단자가 있다. 음악감상 중 윗면의 HOT LINE버튼을 누르고 옆 MIC에 말을 하면 헤드폰을 통해 대화내용을 들을 수 있으며 이 때 테잎의 음량은 일시 줄어들게 되는, 당시만의 독특한 기능도 갖추고 있다.


천년 미-라 감싸듯 뾱뾱이로 꼼꼼하게 포장배송한 판매자의 마지막 손길은 정성이자 화룡점정이다. 무릇 음반을 돌리며 재생하는 아날로그 음향기기는 흔들림 없는 모터회전을 담보하기 위하여 케이스가 묵직해야 한다. 뾱뾱이에서 꺼낸 WM3는 목제 토렌스의 그것과 같은 중량이 느껴진다.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물건의 상태가 일말의 흠 없이 완벽하며 시원시원하게 절삭된 금속제 케이스를 보니 음질에 대한 시각적 신뢰가 무한히 풍겨 나온다. 72년 폴리돌에서 녹음하고 81년 成音에서 출시한 피셔 디스카우의 슈베르트 가곡을 5년여년만에 물려본다. PLAY버튼 느낌이 영축없이 콤포넌트급이다. 피셔디스카우가 맹근 라스카라 극장의 반향을 좀 더 세밀히 느끼기 위해 좌우 음량조합을 달리해 본다. 제법 당차게 조응해 준다. 지금 이순간만큼은 한파속 바람보다 피셔의 음색이 더 강렬하다. pc용 헤드셑으로 청음했으나 제대로 된 헤드폰을 물리면 더욱 윤기있게 들려 줄 것이다. 악기구성이 복잡한 심포니까지는 부족하겠으나 이정도면 독창이나 소규모 채임버 오케스트라를 듣기에는 충분하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든 콤포넌트급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뿌듯함이라야?

물건에 대한 판매자의 바르고 상세한 설명이 있었지만 한층 기대 이상이다. 다시 한번 판매자에게 크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