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넘들 다 일 허는 평일 오후는 잉여로움이 넘친다.
게다가 오늘은 한파 끝에 볕까지 따숩다.
뭣을 헐까, 헐 짓은 겁난디 마음만은 잉여로우며 평화가 강같이 흐른다.
붕알시계 수리를 맡겨야나, 진공관전축 수리를 맡겨야나, 머릿속으로 이놈저놈 공굴리다 얼마전 택배로 받은 라보용 월넛제 공키를 깎기로 헌다.
재작년 여름 까미티코꺼를 깎았으니 중화산동 화산열쇠는 얼추 2년 반만이구나
“저 아시것어요?”
“글쎄요이...긴가민가헌디.”
“티코요 티코.”
“아하 긍궤요이. 반갑습니다. 얼래 이것은 라보껀디.”
“앗따 역시 전문가시그만요.”
작업은 한 10여분.
먼저 기계로 깎고 야스리로 쪼세이 마무리.
부드럽게 돌려질 것인가, 뻑뻑헐 것인가, 연한 기대감으로 구녁에 밀어늫으니 이물감 없이 쑤욱 꽂힌다.
작업비 만원으로 라보조차 잉여로움이 고조되기, 춘포의 핫프레이스 춘포카페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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