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임프란트차 오늘이 네 번째 익산 **치과 방문이다. 마지막이다. 오늘은 옆집 화호떡도 모시고 갔다. 몇 년전 이 편한치과서 一名 임뿌리를 한 모양인데 머시 자꾸 낀다고 AS가 필요허시단다. 오늘도 웍스를 끄시려 했다. 아뿔싸 운전석 앞바퀴가 빵꾸다. 몇 달전부터 시름시름 실빵꾸가 느껴지더니 아예 제대로 피스로 뚫렸나보다. 체어멘으로 같아탄다. 어너니 편안허다. 익산으로 가는 외곽도로 쭉 뻗은 길, 뒷자리 화호떡도 감탄을 헌다. “아니 먼차가 이렇게 편안허다냐, 야야 우리 종이도 이런 존놈으로 한나 구히주라, 하이고 갸가 어찌나 알뜰헌지, 먼 물견을 허투루 버리는 벱이 없어. 하도 오래 타갖고 차도 바꾸얄틴디...”“나 닮으서 근가, 하이고 그 시설 내가 종선이, 종락이 시커먼 교복을 재봉틀로 재단히서 입힛잖어. 애들이 착히갖고 군말 없이들 입고 댕깃어. 내가 국민핵교는 안 댕깃어도 양육관이서 한글이랑 구구단이랑은 배웃잖어. 양재학원도 댕기고.”“67년전이 대산동으로 시집왔지. 넉어매랑 김제 버섯공장에도 댕기고 그릏게 살읏눼.”옆자리 어머니는 조는지 자는지 내내 말이 없다. “거그 병원 상담실장이 원장각시일꺼여. 원장이 기술배우게 히갖고 내오가 같이 허고 있은게.”“아하 그려요이? 생각도 못 힛는디 가만본게 그럴 것도 같그만요. 설마 각시가 배뀐건 아니겉죠이.”
아파트 밀집지역에 있는 **치과는 내방객이 끊이질 않는다. 저게 다 돈일틴디, 돈이 얼매여, 아조 주워 담는그만.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다람쥐 챗바퀴 돌 듯 반복되는 진료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살짝 질리지 않을 수 없으나 소위 ‘쩐’이 확실하니 돌아가는 거겠지. 1시간여 진료를 마친다. 화호떡이 며느리반기듯 상담실장의 손을 꼭 잡고 근황을 나눈다 “그려 애기는 군대 졸업힛지? 그려그려 벌써 그렇게 되앗눼이, 병원일허랴 애키우랴 참말로 고상이 많어.”
하호떡이 하얀 카니발에 오르려 한다. “아니아니 숙모 그차 아녀요. 시커먼 차잖으요. 클났어. 울어매보다 더혀 냐앙.”“어허 글지 글지 참말로 내가 근다야 어찌까나.”“내가 밀가리음석을 겁나게 좋아혀. 가다가 어디 밀가루음석 먹을디 없을까? 고상힛은게 내가 한끄니 대접헐게.”익산과 백산 중간인 부량면소 바로 뒤 고각짬뽕에서 세운다. 익숙한 곳이나 방문은 처음이다. 겉은 개량지붕을 한 평범한 농가다. 내부는 가벽을 털어내고 널찍하게 홀을 맹글어놔 볼만하다. 천장 대들보에는 상량문이 있으니 본디 뼈대있는 건물이다. 주력메뉴 홍합짬뽕을 시킨다. 1인 13천원이다. 내가 사는 것이 아닌데 시골노인냥반한테는 좀 부담되는 게 아닌지, 의도치 않게 내심 미안해진다. 요즘은 기본 가격이 9천원 만원이요, 쫌만 특색을 가미하면 15천원이다. 홍합뿐만 아니라 전복도 한 마리썩 들어있다. 빨판이 고탄력이다. 껍질에서 쉽이 떨어지들 않는다. 노인냥반들이라 큰새웅개는 껍질채 내 차지다. 어머니는 홍합은 다 건져 먹고 면발은 화호떡에게 권한다. 오디를 오디쩀에 버무린 신식 쓰끼다시 한접시도 내 준다. 어너니 달고 맛납다. 갓김치도 집에서 담군 놈이다. 가히 13천원짜리 구성이다. 화호떡이 면을 좋아허기는 좋아허는갑다. 비닐봉다리에 개 줄 놈, 집에서 먹을 놈으로 각각 나눠 싼다. 뒤질새라 어머니는 다꽝과 다마네기를 봉지에 넣어 쩀빈다. 물자가 귀헌 시대를 겪은 분들이라 머시라도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다.
짬뽕집 맞은편이 화호떡 당숙댁이다. 어머니와 나는 고각마당에서 볕을 쬐고 화호떡은 잠시 당숙댁에 다녀온다. “시상으나 백살을 4년 냄기둣는디 노인냥반 혼자 사신다야. 아들이 집도 고치줏다고 허고, 있는 돈 3만원을 건네는디 죽으도 안 받네. 아이고 참말로 축복이고 감사헐 일이여.”“저렇게 혼자 신간편허게 삶서나 자다가 편안히 가시야지, 그것이 축복이네.” 잠시잠깐 골목을 톺아본다. 이곳 부량부락에 비헌다면야 우리동네 대산동은 고대광실이다. 당장 10년 후 이 골목에는 몇 집이나 남아 있을까, 10년 후 이 골목에서 오늘을 회상할 나를 위해 오늘도 나는 찬찬히 광합성 중이다.
'스치는 일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년 이즈음 펼쳐지는 베란다 정경 (0) | 2025.04.19 |
---|---|
완산동 장군봉에서 내려다 본 전주시내 (0) | 2025.03.16 |
차쟁이들 한캇 (0) | 2025.03.03 |
뜻밧긔미술관에서 뜻밧긔일상 (0) | 2025.02.08 |
정농부락 어머니께 새해인사 (0) | 2025.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