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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시, 완주군(이서면) 이모저모

콩쥐팥쥐마을 댕겨옴


 

신지산 마을에서 콩쥐팥쥐 마을로 들어 가는 길


  황톳빛 구릉을 시커먼 아스콘으로 줄그어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석유냄새가 배어나온다.

오로지 산 밑 콩쥐팥쥐 마을로만 연결되는 외딴 길이고,

더군다나 설화속의 옛이야기와 연결 짓는 단 하나의 길이라는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먼지 폴폴 날리는 흙길이 더 좋았을 텐데...

 

 

 새로난 콩쥐팥쥐 다리를 지나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콩쥐팥쥐 마을

한양에서 남도로 가는 옛길이라는 설도 있다.

 

 

 콩쥐팥쥐 마을입구에 놓인 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바로 여기 이 자리에서 담바고도 한대 꼬실르고 마을사람과 이야기도 나누는 등

쉬어갈 때 저 돌에 말고삐를 묶어 두었다 한다.

그 과정에서 이곳에 살던 콩쥐팥쥐가 널리 구전되지 않았을까?

인류학자인 Jared Diamond의 'Guns, Germs, Steel'에는 여러 지역의 문화가 섞이고 구전되는 현상 즉 ‘문화융합 혹은 확산’을 설명하며 ‘Hodge Podge'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Hodge Podge’의 어원이 이곳 ‘콩쥐팥쥐’마을은 아닐런지???

 

 

 

 마을 내 버려진 흙집들 1

 

 

 

 또 다른 마을 내 버려진 흙집 2

콩쥐팥쥐가 살았던 집도 이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콩쥐의 깨진 물동이를 몸으로 막아줬던 두껍씨.

그 두껍씨가 살던 두죽제로 넘어가는 언덕길

 

 

 

 콩쥐를 도와줬던 두꺼비가 태어난 둠벙 ‘두죽제’

콩두자 팥죽자 두죽제(豆鬻提)

대규모 평야지대라면 사방으로 뻗은 하천이나 큰 저수지가 논농사를 가능케 하지만

이 지역은 김제평야와 모악산 줄기가 만나는 구릉지대라 이같은 둠벙이 유난히 많은 곳이다.

반경 3~4킬로내 확인된 둠벙만 7~8개는 되는 것 같아

사실 어느 둠벙이 그 두껍씨가 태어난 곳인지 첨엔 좀 애매한 감은 있었으나....


저 둠벙가에 올챙이 때들이 시커멓게 그리는 프랙털을 한동안 본 적이 있다.

개체수를 셀 수없이 밀도 높은 프랙털이었고, 군무전체가 단일의 생명체로 보였는데

그 프랙털 어딘가에 ‘콩쥐 두꺼비의 직계 자손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한 후론

‘바로 이곳’이라고 여겨 온 터다.

더군다나 이 방죽은 동네사람 아니면 찾기도 힘든 곳에 오롯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콩쥐를 도와줬던 두꺼비가 태어난 둠벙 ‘두죽제’

 

 

 

콩쥐팥쥐 마을에서 이성리로 넘어가는 고갯길

양옆 군데군데 놓인 노송들이 유난히 검게 번들거려 보인다. (사진상으론 잘 안 보임)

 

 

 콩쥐팥쥐 마을에서 이성리로 넘어가는 고갯길

설마 이 길도 콩크리 치는 건 아니겠지?

 

 

콩쥐팥쥐 마을에서 이성리로 넘어가는 고개에 있는 또 다른 둠벙


아니 둠벙이라기보다는 늪에서 둠벙으로 진화해 가고 있는 중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거꾸로 둠벙에서 늪으로?

한눈에도 물이 찐득찐득해 보여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서식허고 있을 곳이다.

요체는 찐득찐득험이 生命 아니겠는가?

새벽에, 긍게 달빛이 햇빛으로 바뀌어가는 바로 그접점기에는 저 둠벙 미생물들이 대단히 역동적인 땐데

그들의 ‘꾸물꾸물’ 잠깨는 소리가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다.

저 둠벙에서 살았던 태고적 기억인자가 내유전자 어딘가에도  백혀 있을 터.

 

 

 콩쥐팥쥐 마을에서 이성리로 넘어가는 고갯길 1

알싸헌 꽃향이 술취한 조르바가 넘던 고갯길보다 더 취하게 한다.

 

 

 

 콩쥐팥쥐 마을에서 이성리로 넘어가는 고갯길 2

 

 

 

 

 

 고갯길 옆 풍경 3

여긴 늪이 땅으로 진화허고 있는 듯 보임

 

 

콩쥐팥쥐다리에서 내려다 본 호남고속도로

(이서에서 콩쥐팥쥐마을로 가는 길 중간에 놓인)


수백년전 어느 봄날.

콩쥐는  저 길을 느리게 가로질러 마실 나갔을 것이고,

시집갈 때 탔던 꽃가마도 저 길을 건넜을 것이다.


지금은 서울과 광주, 전주와 광주를 연결해 주는 길일 뿐...

기억되는 건 목적지대 목적지일 뿐이다.


느리게 갈 수 없으니,

말고삐를 묶을 돌이 없으니,

현대판 ‘콩쥐팥쥐’는 더 이상 나올 수 없을 터.

더군다나 설화는 달빛으로 비추어야 탄생허는데

밤에도 저리 성마르게 쌍라이트 쏘아대며 갈길만 촉구허니 설화가 맹글어지겠는가?


다리우에서 한참을 내려다보니 모다 초고속인데 싸납구만

늬들이 고생이 많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