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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puccino(2012~2018)

지연된 행복, 스즈키 카푸치노!

 

지연된 행복, 스즈키 카푸치노!

 

817일 이른 새북 4:30분의 김제역 플래폼 사위로는

일체의 바람 한점도, 뭇생명의 몸부림도 없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블랙홀에 빨려들어 간 후,

이른 아침 특유의 신선한 공기만이 낮게 웅숭거리고 있다.

MP3에 담아 둔 재즈명반 50곡의 잔잔헌 선율과

전날 마시다 남은 아메리카노의 엷은 일렁임은 전신에서 투명헌 공명을 일으킨다.

일순간 과장된 공명은 나를 혼백이 빠져버린, 부피 없는 백지장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린다.

오직 해가 뜨지도 말고 새북 첫차도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어디 나 뿐이랴?

허수아비라도, 굉이 백힌 인간의 옷을 입은 허수아비라면

지금 이시각 어디에선가 저마다 심연에 잠겨 있을 것이다.

 

낡은 안내음과 함께 5:14분 김제발 무궁화호가 감곡역을 지나 목하 김제역 플래폼에 들어오고 있다.

쇠바퀴의 진동은 모든 소리 없는 공명을 압도허고

부피감 없는 종이인형은 무궁화호 3호 객실 65번 좌석에 얹혀진다.

비로소 일상의 잔상들이 또아리 튼다.

새로운 차-카푸치노를 만나얀다.’

며칠전 잠시 타 본 카푸지만 직접 차-우핸들차를 운전허고 돌아올 수 있을까?’

전주까지 아니 천안IC까지라도 탁송을 시키야나?’

그렇게도 바라던 찬데 정말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천안역 서부광장에 내려 카푸치노를 기다린다.

조금이라도 유별난 엔진음이 들리면 카푸인가 귀를 세운다.

멀리서 흐물거리는 차에게 귀를 세우고 눈가늠 히 보기를 30여분.

그러나 카푸는 오지 않는다.

대신 스파크 한대가 카푸가 있는 지하주차장까지 안내헌다.

그곳에서 카푸는 얇은 망사텐트에 가려진 채 낮게 웅숭거리고 있다.

사람키만헌 안테나가 서 있는 트렁크엔 코뿔소의 그것인 듯 텐트자락이 웃자라 있다.

귀엽고 당돌헌 자태에 빙 둘러가며 한참을 웃는다.

 

천안시청 주변 한적헌 곳에서 다시 운전석에 앉는다.

아따 냥 겁나게 조여주네이, 아조 좋아, 딱이여 딱...’

왼다리는 오른다리가 지지허니 안정적으로 구겨 넣을 수 있지만

오른다리를 넣을 때는 구부정해져 구두뒷굽으로 시트 끝부분을 건드린다.

보니 운전석시트 끝부분은 오래전에 헤져 있다.

시청의 광활헌 주차장 주변을 천천히, 1~3, 후진으로 주행감각을 익힌다.

마른하늘에 와이퍼가 요동치고 2단에서 3단 변속시 여러차례 미끌린다.

그러나 이내 농기계 변속허듯 조작이 쉬워지고 부담도 없어진다.

 

출발헐 떄마다쿠궁 쿵뼈마디 결리는 소리가 난다.

조작이 서툴러 혹은 노후되어 나는 소리인갑다 힛는디 LSD특유의 채터링 노이즈라 헌다.

 

이윽고 천안시청 주차장을 벗어나 대로에 진입헌다.

감이 잽힌다.

머 이 정도먼 가지고 갈 수 있겄그만

 

광훈님은 카푸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없다며 마지막 한컷을 부탁헌다.

모든 일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악셀링을 하며 천안시내를 관통헌다.

아직까지는 좌핸들 잔상으로 2단에서 3단 변속시 다섯 번에 한번꼴로는 미끌린다.

 

티코보다 즐거운 차는 단연코 없었건만 이게 웬일인가?

빠른 가속감과 독특헌 하체반응 등 총체적으로 티코보다 재밌어진다.

이 모든게 불과 7~8km 주행허면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드디어 천안IC에 진입헌다.

뒷차 조수석에 앉은 여자아이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느끼며 후다닥 내려 통행권을 뽑는다.

어디 뼛골이 결리는 듯 LSD 특유의 짧은 세러모니-우당탕과 함께 출발헌다.

역시 고속 주행이 가장 궁금힛던 터라 본격적으로 밟아 본다

(차 밖은 맹염중이므로 에어컨은 상시 가동 중이다)

 

중저속에서 천천히 밟아줄 때 혹은 정속 주행시 들리는

뒷데우 도는 소리-크르릉은 영락없이 고속관광버스 데우 도는 소리다.

어따 냥, 후륜이지...’

이 작은 차에 데우라니 겁나게 색다르다.

좀 지그시 혹은 씨게 밟아줄 때 블로우 오프 밸브의 핏숑은 톡 쏘는 양념이다.

동시에 터빈 돌아가는 소리는 폭포수다.

리밋으로 140km 근방에서는 속도계 바늘과 가속기페달에서 미세헌 되돌이 탄성이 느껴진다.

리밋해제용 토글스위치를 운전석쪽으로 땡기자 속도계는 꾸준히 올라간다.

아따 냥, 쥐며느만헌게 겁나게 나가네이...’

바람을 가르며 거침없이 가속허는 타 로드스터와는 확연히 다르다.

바람이 온 차체를 씨게 때리고 있으나 아픈것도 모른 채 당돌허게 달리는,

몸집 작은 야생마-브론코에 올라 탄 것 같다.

160km까지 밟아도 억지로 가속되는 느낌이 아니다.

계기반 구석에 체크 엔진등이 들어오나 벨다른 자각은 없다.

하긴 20여년 된 차이니만큼 뭐시라도 하나 태시가 있으얀다.

이 모든게 카푸만의 마이너리티 감성 아니겄는가...‘

 

다시 리밋을 걸고 내내 140km 언저리로,

추월차선으로만 내려왔지만 부담감이 없다.

 

하체도 아조 독특허다.

여타 로드스터는 유영허는 범고래처럼 세련되고 재빠르게 잡아주지만

카푸는 세련된 맛과는 거리가 먼,

통통 튈 때는 화끈허게 튀면서 딴딴허게 달려주는노면 친화적펀카다.

천장이 꿀밤을 떄리기도 한다.

이것이 운전허는 맛이여, 딱 내차란게...’

 

카푸의 화룡점정은 경적이다.

담날은 김제 용지면의 황톳길-도로명이 황톳길-에서 달리며 경적을 울려본다.

~~ 뚜 뚝

크락션 소리짜정 죽이네이...’

70년대 기아혼다의 배터리 닳아진 50cc 오토바이가 내던 크락션 소리다.

 

티코를 타면서 문득문득 상상히 보곤 힛다.

티코 지붕이 20cm, 아니 10cm만 낮아지먼 좋겄는디...’

카푸치는 티코와 길이, 차폭은 같고 높이는 무려 22cm나 낮다.

게다가 공차중량 700kg에 네바퀴 디스크 브레이크, 더블 위시본에 후륜구동까지 갖췄다.

나와 단연코 궁합이 맞는, 최적의 세팅을 갖춘 최고의 차다.

자동차에 관헌 나의 오래되고 막연한 바람을 카푸치노에서 이룬다.

 

93년식 카푸치노!

20년간 지연된 행복을 이제야 찾았다.

 

 

최첨단 헬리오스 엔진에 와꾸까지 같은 형-동생 관계다.

마필이 그러허듯 움직이는 것은 가벼워야 헌다.

 

 

 

 

 

 

 

 

 

아조 굉이 백히 보이는 후진등과

덜컹거리면 일부획은 실신허는 룰미러 등

 

 

 

 

깜냥 로드스터라고 트렁크도 쥐며느리만 허다.

트렁크 밑바닥엔 세조각으로 짜개지는 뚜껑을 각각 넣을 수 있게 세 개의 가죽 파우치가 깔려 있다.

 

 

 

넘치지도 부족허지도 않은 실내공간

 

 

 

핸드백, , 접이우산 등을 놓을 수 있는 뒷선반을 보면 절로 흐믓히진다.

 

 

 

늦은밤 문을 열면 새초롬허게 밝혀준다.

 

 

 

다양헌 원형계기들

 

 

 

락앤락 뚜껑

 

 

감방 감시창을 통해 바깥귀경허는 느낌이다.

이등변삼각형 쪽창은 밀라노 언저리를 달리는 피아트인 듯 로드스터의 맛을 더해준다.

 

 

 

워낙 통통 뒤는 차라 풋레스트에는 발을 올려보지 못 힛다.

깔판이 무려 두장(시커먼 깔판 밑에 양털색 깔판을 덧대었다.)

 

 

탈 때마다 구두굽이 닿을락 말락헌 부위다.

 

 

 

모시기 조작’‘구다사이등 안내허는 글귀들.

시리어스 인져리’‘데쓰등이 박힌 것들보다 훨씬 정감있다.

 

 

 

카푸형상의 측사경

스탱이나 카본으로 맹근 사제품으로 바꿀까 헌다.

 

 

 

스즈키 660cc dohc

생래적으로 고배기량이네, dohc, 터보네 등은 벨로 좋아허지 않는디 카푸의 모든것은 ok.

피드백 쥔장은 엔진블록에 람보르기니 담배갑을 올려 한컷 찍는다.

 

 

 

 

 

 

 

집착을 버려라. 단순해져라. 작아져라.

작은 것이 아름답단게...

 

 

 

가로등에 비친 프링클 그림자는 운전자보다 먼저 달리고 먼저 지친다.

그러나 항상 미소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