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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puccino(2012~2018)

카푸치노 뙤약볕 주행 후기

카푸치노 뙤약볕 주행 후기

 

 

전주-광양간 고속도로 상관IC에서 하이패스 라인을 통과헌다.

전방에서 두명의 경찰이 멈추라는 수신호를 보낸다.

황급히 오디오볼륨을 줄인다.

창을 내리면서 브레이크페달을 밟는다.

눈빛이 마주친다.

경찰은 나와 차를 짧게 훑고서는 쭉 뻗은 고속도로를 향해 팔목을 열어준다.

일요일 오전에 음주단속은 아니겠고, 탈주범 이대호건도 아니겠고...

후사경을 보니 진입차량마다 운전자를 확인헌다.

IC를 지나 본선에 오르자마자 직사각형 형태의 유리터널을 통과헌다.

산비탈을 가파르게 통과허는 곳이다.

낙석의 위험도 없고 무엇보다 삼면이 트인 개방감과

피레네의 산길을 달리는 듯 이국적인 느낌이 짜릿허다.

유리벽 사이로 질서정연허게 박힌 금속프레임은 카푸의 전신에 빠르게 얼룩말을 새긴다.

짧은 구간 카푸치노를 타고 하지를 막 지난 일요일 아침의 해를 사열하는 기분이다.

고속도로에 고저는 있으나 좌우는 없다.

고속도로는 남으로 남으로만 쭉쭉 내리뻗는다.

에어컨은 찬바람이 나오지 않아 양쪽 유리창을 4~5cm정도 내린채 달린다.

차체가 유체친화적으로 생겨 고막으로 느끼는 난기류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미미허다.

환풍구를 통한 외기유입도 시원시원허게 들어온다.

때마침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케이윌의 담백헌 중저음이

카푸치노의 단단한 배기음과 윤택한 공명을 만든다.

내리막은 흔들림 없이 시원허게 달려주고 오르막도 견조허게 달린다.

간간히 터빈 형상의 녹백 횃불이 점등헌다.

저속에서는 돌처럼 느껴지던 브레이크는 고속으로 갈수록 탄탄해지는 느낌이다.

역시 차체, 하체와 총체적으로 조화를 이룬,

칼브레이크에 길들여진 범인에게는 범상치 않은, 세팅이다.

중저속에서는 데우 도는 소리, 루프조각들 삐걱이는 소리때문에라도

정숙과는 애시당초 선을 그은 차이나 고속에서는 다르다.

양창문으로 들어오는, 빠르지만 부드러운, 공기막이 왼갖 잡소리를 차단해서인가?

지금 이순간은 렉서스ES보다 정숙허다.

 

일을 마친 후 올라가는 길에는 임실IC에서 빠져나와

강진을 거쳐 운암호 후숫길을 구불구불 돈다.

밤이라서, 고라니라도 출몰헐까봐 씨게 달리진 못 하나

호젓헌 산길을 적당히 경쾌허게 밟아주며 밤공기를 만끽헌다.

호수가이니만큼 밤물내 특유의 청량감이 주를 이루며

군데군데 밤꽃내와 개망초향이 교차를 이루며 하루의 피곤함을 씻겨 낸다.

여전히 2단에서 3단으로의 시프트업은 확률 50%정도로 미스가 발생헌다.

요샌 아예 그 옛날 현장에서 동아코란도를 몰 듯

중립에서 짧게 쉬어주고 3단으로 밀어 넣는다.

오래된 차는 저마다의 구사가 있는 만큼 운전자가 차에 맞춰야 한다.

강진, 산외의 산길을 거쳐 칠보부터는 평야다.

칠보부터 부안까지는 어느새 4차선으로 확장되어 있다.

마침 앞차인 흰색코란도가 적당히 밟아준다.

경유내는 생래적으로 싫어허므로 100m 정도 뒤에서 코란도의 궤적만 밟으며 느긋허게 뒤따른다.

터빈도는 소리와 데우 도는 소리가 양옆 밤논으로 부드럽게 퍼진다.

3~4개월전에 넣었던 오일이 오늘에서야 비로소 엔진의 중심부까지 삼투압헌 듯

크랭크나 터빈 질감이 상당히 유연허고 쫀득쫀득허다.

오늘 하루 뙤약볕에, 네비도 없이, 게다가 뜻허지 않게 방전까지 시켜가며

300k 가까이 몬 후 밤 10시가 넘어 집에 도착하나 내리기 싫을 정도다.

카푸와 함께 한 1년 중 오늘의 질감이 단연코 최고다.

 

 

 

팔왕리에서 난산리 가는 지방로에서

 

 

다음날 아침 주차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