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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an(2012~2015)

라니를 바라보며 그냥 있어본 하루

라니를 바라보며 그냥 있어본 하루

 

가을을 맞이하여 지하주차장에서 한달 넘게 하안거중인 라니를 꺼냈습니다.

하안거직전 주입한 엔진오일이 한달간 잘 숙성되었는지

반응이 더욱 기민허고 쫀득쫀득해졌습니다.

 

탑을 열고 느티나무 아래에 온종일 세워뒀습니다.

티코만 봐 왔던 강쥐들에게 색다른 귀경거리였는지

제옆에서 뒹글, 차옆에서 뒹글 쉼없이 방정을 떱니다.

 

그늘밑 잔디밭에서 오전엔 며칠치 신문을, 오후엔 폴 써로우의 중국 기행기 시닝편을 읽는동안

모악산에 있던 아침해가 어느새 서쪽 끝 내변산 우그에 있었습니다.

시간과 뜀박질 경쟁을 하지 않은, 그냥 있어본 하루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매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느을 그 자리에 댑니다.

 

 

초롱초롱한 강쥐 두 마리가 바람처럼 살랑댑니다.

 

 

 

차나 강쥐나 사람이나 그늘을 좋아헙니다.

 

 

사람이나 개나 돈을 좋아헙니다.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우그서 퍼질러 잡니다.

 

 

이름모를 미생 한 마리가 팔뚝 우그서 유영중입니다.

 

 

잠자리는 근 두시간째 안테나에서 묵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