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상해를 걷다
오각장 홀리데이인에 짐을 풀고 복단대까지 느리게 느리게 걷는다.
오각장에 고층아파트 및 상청이 많이 들어선 점과 2행정 계열의 뽈뽈이들이 거의 전동 스쿠터로 배뀐
것은 괄목헐 만하되 지엽적인 변화다.
내가 13년을 더 살았다는 점, 복단대 학생들이 한층 어려졌다는 점(심지어는 자식뻘로 보이기도 헐
정도로)외에는 변화가 없다.
구어띵루 어디에는 향채냄새가 배인 지름기와 음식물쓰레기를 쟁이놓은 시커먼 통이 코를 자극헌다.
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지만 상해말 특유의 억양과 때리링허는 자전거종이 변함없이 귀를
자극헌다.
13년의 여백은 일시에 사라진다.
낡은 5층 연립주택이 즐비헌 문화지구 정문에는 여전히 흰 가운 혹은 남색 작업복을 걸친 노인이
오래된 냄비에서 뭔가를 집어먹으며 길가를 응시허고 있고,
청소원은 위생이 새겨진 리아까를 끌며 노변의 쓰레기를 주워 담고 있다.
복단대 캠퍼스는 변함없이 아늑허다.
정문 바로옆 동문으로 들어서니 걷는 학생과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연이어 교차헌다.
등뒤에선 페달을 돌릴때마다 따르륵 따르륵허고 체인커버와 페달이 부딪는 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눈앞으론 막 20살을 넘은 여학생의 활기발랄한 뒷모습이 이어진다.
13년전엔 모든 여학생들이 치마만 입었는데 이젠 바지 입은 여학생이 훨씬 많으며 쓰레빠를 신은
학생도 보인다.
여전히 화장은 하지 않으며 담배 피우는 학생도 없다.
2하오루에 있는 빈 강의실에 앉아 현기영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를 꺼낸다.
상당수 학생이 노트북으로 공부중이다.
이 학생들은 졸업하면 저마다의 위치에서 중국의 미래를 이끌 것이다.
밤에도 특강인지 정규수업인지 알 수는 없지만 수업이 계속된다.
창밖에서도 청강허는 학생이 있다.
모든 학생이 수업에 집중허고 있다.
문학, 혹은 인류학 같기도 헌디 무슨 내용인지는 짐작허기 힘들다.
복단대 화장실은 여전히 또랑식이다.
세면대 한귀탱이에서 피어오르는 향내가 사찰인 듯 은은허다.
소독약, 왓스냄새로 익숙했던 나에겐 복단대 화장실마저 오래할 미래로 여겨진다.
화장실밖 화단 풀섶에선 노구의 고양이 한 마리가 삼강사저로 낮게 그르렁거린다.
학생들을 닮아선가 고양이지만 극성스럽지 않게 들린다.
점심때쯤 히서 북구쪽으로 걸어본다.
봄바람이 왕성허다.
북구숙사앞 진입로 한쪽에는 안경점, 서점, 과일점, 문방구, 헌책방, pc용품점, 미용실 등이 하꼬방 형태
로 늘어서 있다.
왕선헌 봄바람은 꽃가루와 약간의 흙먼지를 날린다.
13년전에 날리던 바람이다.
정통루와 연결되는 곳에 있는 찬팅에 간다.
결제는 카드식이다.
50콰이를 선결제 후 카드를 발급받는다.
데친 채소가 풍성해 보이는 두세가지 찬을 손꼬락으로 가리키며 주문헌다.
밥은 고봉밥으로 떠 준다.
지나치게 많은 양이다.
옆학생들 주문허는 걸 곁눈질허니 밥량을 조절허는 소통이 생략된 때문이다.
국물로는 계란 흰자 찌끄레기가 둥둥 떠 있는 걸로 한주발 마신다.
음식맛은 그대로인데 간만에 먹어서인지 지금까지 먹어본 구내식당밥중 최고로 꼽고 싶다.
밥알이 씹히는 느낌은 조악허다.
그러나 중국음식에 우리식의 찰진밥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찬팅옆 정통루변에 있던 국제문화교류학원은 이젠 폐건물이며 그 뒤 흑룡강은 여전히 거무튀튀헌 오수
가 잔잔허다.
흑룡강 건너 상해재경대까지 걷는다.
철봉에는 목하 형형색색의 이불이 일광욕중이고 기숙사창에는 다양헌 옷가지들이 걸려 있다.
유독 여학생 옷만 보이는 건 왜일까?
복단대 정문 건너편 길가시
복단대 정문 맞은편 도로
야간학습을 창밧긔서도 청취중인 학생들
먼 강의인지 도무지 알길이 없으나 어린학생들 몰입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선생헐 맛 날 터.
강의동 바깥
소매부
토요일 오전인디도 자율학습에 몰입중인 학생들
복단대 찬팅
백반 한판, 말 그대로 꿀맛이다.
복단대 박물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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