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들의 주사위 (황순원, 1982년)
가마미 해수욕장이 인근에 있는 작은 시골읍이 배경이니 영광군 백수읍이 아닐까 생각한다. 읍에 사는 최두식영감과 아들인 한영아버지, 손자인 한영이와 한수의 일상적이며 부락적인 이야기다.
두식영감은 농업과 땅, 가족에 애착을 갖고 있는 고령의 시골지주이며 두 손자를 자기의 방식대로 사육하고자 한다. 첫째손자인 한영은 읍에 남게 하여 효와 소작을 통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족을 유지해 나가도록, 둘째손자인 한수는 고시합격 후 입신양명하기를 각각 의도하고 있다. 한영은 국민학교만 마친 후 집안일을 돕고 있으나 전통적 생활방식에 답답해하며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 한 아쉬움을 곳곳에서 소리없이 드러낸다. 둘째손자인 한수는 읍에서 국민학교를 마친 후 서울 삼선동으로 거처를 옮겨 명문대학 법학과까지 마치고 사법시험 2차를 준비 중으로 두식영감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는 듯 보이는 모범적인 청년이나 이혼녀인 세미와 관내 경찰서장의 딸이자 읍내중학교 교사인 진희 사이에서 번민한다.
인물사이의 갈등이나 스토리전개와 함께 멀리 담 넘어가고 있는 구렁이의 꼬리처럼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근대화되기 이전의 소소한 농촌상이 이야기를 한층 윤택하게 해 준다.
대규모 소출을 가능케 하는 농지를 가지고 있는 지주는 여전히 마을의 여론 주도층이자 지배층이다. 이들은 마을의 고용관계에 혼란을 일으키고 오염물질을 배출헐 수 있는 화학공장 유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다.
한여름 작두시암에서 등목하는 모습, 소형 오토바이로 비포장길을 달리는 모습, 아직 전화기가 집집마다 보급되기 전이라 읍내다방에서 전화를 주고받는 모습, 그리고 비닐하우스를 통한 특작재배가 고소득을 보장하는 신농업으로 그려지는 장면 등은 35년 전 농촌모습이다.
누구나 경험했고 혹은 경험함직한 지극히 마을적인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神은 느을 주사위를 던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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