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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은 다음날(book)

향수鄕愁, 지요하, 도서출판 가야

향수鄕愁, 지요하, 도서출판 가야

 

서쪽의 삭선리 그리고 동쪽의 평천리는 태안을 둘러싸고 있는 양 호위부락이다.

먼저 삭선리는 이름 못지 않게 추억도 잊혀지질 않는다. 20년 전 삭선리 살던 한씨성을 가진 상선이형은 시골집에서 혼례를 올렸다. 형네집은 흙벽에 모란빛 양철지붕을 얹은, 충남 서부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시골가옥이었다. 봄볕에 꼬들꼬들한 흙마당, 담베락밑에서 역시 봄바람에 오종종허게 살랑거리던 맨드라미는, 사람 좋은 상선이형 얼굴 못지 않은, 삭선리의 또 다른 상징이었으며, 단 하루, 한시간 남짓 거행된 흙마당 혼례는 내가 본 것 중 가장 소박하고 따뜻한 것이었다. 덕분에 태안여상 고개를 넘어 근방을 지날 때면 삭선리 방향으로 오감이 집중된다. 형네집이 길가시 바로 옆에 있지 않고 보리밭 너머 구릉아래에 오롯이 숨겨져 있기 때문일까, 삭선리는 마음으로 그려보는 이상향으로 한층 승화되곤 한다.

동쪽의 평천리는 이 소설 향수를 통해 새롭게 각인된 곳이다. 평천리 일대는 서울에 오갈 때 한번씩 들렀던 길가시 뷔페집 외엔 딱히 기억나진 않았으나 이젠 허칠만과 그의 처 한미숙으로 인해 삭선리 못지 않게 소중해진 곳이다.

작가 지요하는 도린곁의 삶이라고 했던가, 참으로 정겨운 말이다. 그러나 정겨운 이면에,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도린곁의 삶은 신산하기만 하다. 그리고 지요하의 말대로 소설 안에 들어 있는 20, 30년 전의 상황이 오늘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을 절감허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농촌, 농투성이의 삶은 더욱 그러하다.

 

아래 향수 278

부엌에 가득헌 냇내, 냇내 속에 가득헌 당신의 체취와 내음, 부엌 바닥의 습기어린 흙냄시... 시골 재래식 부엌의 냇내와 습기 어린 흙냄새를 거부허지도 않구 못 견뎌 허지두 않는 당신이라는 사람...그 모든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읎었어. 오늘 비로소 허는 말이지만 내가 이런 재래식 부엌을 고수허구 또 좋아허는 까닭은 냇내와 흙냄새 속에서도 느끼던 당신의 체취, 그 향기로움이 너무도 신선허구 좋았기 때문이여. 또 군불을 때던 부뚜막 아궁이 앞에서의 당신의 발그레헌 얼굴이 너무두 아름다웠기 때문이여.”

지금은 비록 모양과 구조는 예나 다름없으되 연탄과 가스렌지가 들어앉아서 냇내와 흙냄새가 이 부엌 안에서 사라졌지만 그래두 나는 이 부엌이 좋다. 당신을 이렇게 껴안구 있을 수 있는 훈훈함과 따스함이 있는 공간이니께 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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