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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800(2014 ~2023)

W800 4,000km 주행기

W800 4,000km 주행기

철한과 11시쯤 삼례센터에서 합류한다.

장작이 연하게 타오르는 화목난로가 새로 자리하고 있다.

화목난로 뚜껑에선 고구마편과 귤껍질의 아늑한 향기가 피어 오른다.

이런저런 얘기로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센터내 잿빛강아지는 도로시의 빨간 구두마냥 나무의자 주위에서 반가운 회오리를 돈다.

 

삼례에서 논산까지 대한민국 1번로는 변함없이 곧다.

오가는 차도 없어 헬멧안으로 스미는 엔진음은 한층 싱싱하게 공명을 일으킨다.

우랄과, 나란히 달리는 W800은 주말 아침 1번로의 주인이다.

신호대기마다 앞차 우랄이 뿜어내는 배기음이 잔잔하다. 도약을 위한 숨고름이랄까.

 

논산의 실용음악학원에서 포크박의 트로이, 셀마의 CL400, 무비스타의 W650, 타투향의 나이트호크와 합류한다.

 음악학원내 격벽너머로 들어오는 색소폰이 그시절 실황공연인 듯 아득하다.

 

이어 점심차 강경으로 향한다.

중앙통을 지나니 강경장날이다.

시선의 8할은 철한의 우랄이, 배기음의 8할은 무비스타의 W650이 담당헌다.

무비스타가형차는 새차의 광이 그대로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같은 레트로바이크인 트라이엄프나 SR400, 로얄 엔필드에 비해 크롬기와 알루미늄기를 대폭 적용하여 더욱 그렇게 보이겠다.

딱히 세차를 했다기보다는 걸레로 대충 닦기만해도 광이 나니 W800만의 특색이리라.

강경의 꿀꿀이 숯불갈비에서 갈비와 떡을 된장에 푼 신메뉴로 한그럭들 허고 마당으로 나와 오후 2시의 해를 빛감허며 서로의 바이크를 품평한다.

 

이번에는 포크박의 휠을 점검하고자 함열센터로 향한다.

완만한 논길 커브를 도니 기다란 4차선 직선로가 나온다.

뒤따르던 무비스타의 W650이 굉음을 내며 멀리 사라져간다.

잇따라 속도를 냈지만 프리주행은 아니었다.

한명 한명 주행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앞서갔다 한다.

 

함열역전에서 좌측 골목으로 함열센터에 당도한다.

대림혼다 사내복을 입은 허리케인 조는 변함없이 소박한 미소로 맞이한다.

3년만이다.

나를 바로 알아보지 못 하고 티코 타던 그분과 닮았다고 하니 소리없이 뜨악하다.

퇴락해 가는 함열읍 와리에서 젊고 소박한 인물이 센터를 맡고 있다.

듬직허다.

또한 하고 싶은 일을 누구의 간섭없이 하니 부럽기도 하다.

센터 샷수문밖으로들 나와 서로 기우는 햇살을 배웅하며 마지막 얘기를 이어간다.

 

오후 4시가 다 되어 헬멧을 쓰고 시동을 켠다.

옆을 보니 타투향은 악셀그립이 미끌리는지 출발허지 못 헌다.

헬멧에 오토바이 굉음까지 더해지니 타투향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사제로 맹근 고무그립이 미끌리는 줄만 알고 철한과 함께 먼저 출발한다.

1번국도 삼례IC에서 철한은 전주로 향하고 나는 이서방면으로 계속 직진한다.

*20 ~ *30km 고속으로 달리니 오히려 헬멧으로 들어오던 특유의 제트기 소리가 크게 감소한다.

전주에서 이서까지 짧은 외곽구간 양옆에선 목하 새로 들어선 고층아파트가 스친다.

쩌어그가 롯본기빌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