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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animal)

3년째 조석으로 문안드리는 정자냥

3년째 조석으로 문안드리는 정자냥

 

 

정자냥을 처음 본 건 3년전 겨울이다

 

한겨울 이른아침 출근길

 

먼발치 정자마루 한곁에 줄무늬냥이 한 마리가 웅숭거린다

 

이건 또 먼풍신인가 가까이 가니 먼가 갈구허는 듯한 끈적한 눈빛으로 냥냥대며 다가온다

 

처음 봄에도 경계함이 없이 마구 앵겨댈진대 응당 분홍빛 주둥이에 먼가를 느 주야 헐 터

 

그러나 내게 먹을거라곤 암것도 없었음을 눈치챈 녀석은 이내 심드렁한 표정을 보이며 등을 돌린다

 

워낙 빵이 크고 당당헌데다 낯까지 가리지 않는 놈인지라 보통 길냥이 아님을 직감헌다

 

아마도 이쪽 신시가지 사위 2만평방미터는 평정한 놈이리라

 

그후 정자를 지날 때면 유심히 살펴보곤 했으나 근 1년여가 넘도록 정자냥을 조우한 적은 없다

 

 

녀석이 다시 눈에 뜨인 건 지난 봄부터다

 

정자에서 50여미터 떨어진 관목숲에 또아리튼 모습을 보고선 얼마나 반갑던지...

 

바로 옆픠는 근사한 스치로폼 박스와 낡은 우산으로 맹근, 차양이 딸린 멋진 집이 있으며, 큼지막한 생활도자기에는 사료가 한웅큼, 둥근 플라스틱그릇에는 물이 가득 담겨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후 매 출퇴근길마다 녀석이 잘 있는지 구다보곤 한다.

 

 

옆픠 백묘가 새로 생긴 여친이다. 자주 부비부비하나 다가서면 멀어진다

 

 

누가 지나가던 풀어질대로 풀어진 자태는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상대방에게서 별 영양가를 감지하지 못 하면 이내 수면에 돌입한다.

 

 

 

 

일절 일어남 없이 눈알만 굴린다.

 

 

 

 

 

 

 

 

 

거의 9.8할은 누워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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