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초년생 시절 강남지하상가에서 산 91년판 최신 바이크도감은 스물다섯권의 다이어리와 함께 지금까지도 장 소중허게 여기는 서첩 중 하나다
그 후 25년간 시시때때로 펼쳐보며 오토바이의 향연에 취하다보니 기종별로 생김새며 제원들이 자동 암기되었는데 단 한 번도 타지도 보지도 않은 기종들이지만 운동특성과 주행질감이 얼추 그려지기까지 할 정도다
요즘엔 도감을 넘기며 유투브영상까지 확인허곤 하는데 놀라운 건 그간 그려왔던 상상주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반복암기학습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찬란한 정신문화가 아니겠는가
동영상이네, 현장학습이네 해서 시청각교육을 만능시하는 풍조가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일찍이 장자는 문밖에 나가지 않고도 천리를 안다고 했듯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면 보인다했다
도감에는 바이크와 함께 중량감있게 다가오는 소품이 있었으니 바로 하이바다
아라이와 쇼에이는 도감 곳곳에 전면을 할애하여 전품목을 광고하고 있었다
당시 기껏 3만원짜리 국산 한미헬멧-일명 박적(바가지)-을 쓰고 댕기는 대학생에게는 상당히 갖고 싶은 물건이었다
상하이 교환학생 시절 외국인기숙사에서 한방을 쓰는 대만친구는 하얀 도화지를 오리고 접고 붙여서 하이바로 만들어 천정에 걸어두었는데 꼴에 매직펜으로 ARAI라 명명하였다
이친구와 함께 1년간 거주하면서 밤낮 구분없이 종이ARAI는 일상이었으니 우상숭배 아닌 우상숭배의 대상이 되아 버렸다
잔상이 깊었던가, 10여년 후 다시 바이크를 타게 되면서 하이바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ARAI제 램3으로 선택한다
한미 박적헬멧만 쓰던 나에게 ARAI는 흡사 두상의 한부분인 듯 머리에 딱 맞을 뿐만 아니라 일제라서 만듦새나 우윳빛 질감도 뿌듯하게 했으며, 킴코스쿠터지만, 나를 도감속의 어느 라이더로 치환시키는 마력까지 선사해 줬다
다운타운125에 이어 익사이팅400까지 5년간 아라이 램3은 킴코스쿠터와 잘 어울리는 멋진 단품이었다
2년전 W800을 타게 되면서는 클래식헬멧인 빌트모아와 벨블릿을 추가로 구매하여 번갈아가며 착용했으나 빌트모아는 두상에 비해 헐렁해서, 벨불릿은 특유의 와류음으로 정을 붙이지 못 했다
다시 요모조모 새로운 하이바를 탐색허니 햇빛가리개가 내장된 쇼에이 GT-AIR가 자연스레 각인되기 시작헌다
아라이 짝궁 쇼에이라니 역시 그 시절 도감의 잔상이 깊었던가,
그러나 실제 매장에서는 GT-AIR보다는 새초롬허면서도 빵도 작아보이는 다른 하이바에 시선이 고정되니 Z7이었다
써 보니 단단한 느낌에 도장과 내피도 긴장감이 느껴진다
약간 쪼이는 느낌이었으나 몇 번 쓰다보면 내피숨이 죽으니 맞을거라 한다
새술은 새부대에, 따끈따끈한 새헬멧이니 블루투스헤드셑도 새놈으로 하나 장착해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동조시킨다
순간 작은 하이바공간이 콘서트홀로 변모하는데, 삶은 매순간순간이 축복이고 행복은 내안에 있다고 했던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 이 순간을 의미함이겠다
모짜르트의 마술피리가 흐르면 나는 이내 짤즈부르크의 어느 호수가를 달리고 있으며, 유덕화의 왕칭수에이(忘情水)가 흐르면 88년 침사추이의 오래된 아파트를 배회하는 듯 했으니 흐르는 음악에 맞춰 사위도 춤을 춘다
270km/h까지 대응한다는 판매원의 말마따나 풍절음차단도 이전의 그 어떤 하이바보다 탁월했다
순간순간 *50~*60km/h까지도 땡겨보니 흡사 진공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 같은 오토바이에 같은 길이지만 분명 어제와는 다른 주행감이다
미치도록 들뜬 기분에 용산에서 전주까지 내려오는 내내 지치지 않았으며 목적지에 와서는 아쉬운 마음메 일대를 몇바퀴 더 돌기까지 했다
25년 전 바이쿠도감에는 바이크와 함께 중량감있게 다가오는 소품이 있었으니 바로 하이바다
아라이와 쇼에이는 도감 곳곳에 전면을 할애하여 전품목을 광고하고 있었다
2011. 12월 한겨울 주행 중 한캇
2016. 6월 진안 곰티재 주행 중 한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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