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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otorbike(체게바라처럼)

2015. 8. 8일 뜨거웠던 흔적들을 비우며

생각해 보니 23년간 운전하며 달리던 차에 짐승이 돌진한 적은 세 번 있었다

 

고양이가 두 마리요, 청솔모가 한 마리다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사망하였고, 한 마리는 기적적으로 시다바리를 가로질러 횡단했으며 귀여운 청솔모는 뻑 소리와 함께 현장에서 운명하였다

 

물론 모두 야간주행 중이었다

 

로드킬 확률을 23년간 총 운전일수 대비 마리수로 따져보니 대략 76개월에 한번정도로 발생하였다

 

이마저도 주간주행이었다면 단 한차례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015. 8. 8 오전 10, 정읍시 옹동면 어느 지방로

 

여름해는 급속히 중천에 가까워지고 있는 오전 시각인데도 난데없이 고라니와 충돌하여 전도되고 말았다

 

그것도 산간지대도 아니고 들판 한가운데서 말이다

 

가죽자켓덕분에 다른데는 멀쩡했으나 왼쪽무릎만큼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살점이 너덜너덜 찢겨져 버렸다

 

안타깝게도 바지는 라이딩청바지가 아닌 일반청바지였다

 

게다가 전도되는 순간 핸들을 놨어야 했는데 더 꽉 죄는 바람에 왼쪽무릎이 육중한 차체에 눌린채 10여미터 정도 미끌리는 바람에 상처가 더욱 깊었다

 

미끌리는 순간은 10여초나 되었을까?

 

그 찰나에 사위는 흰그림자가 엄습하고 머릿속까지 하얘졌으며 눈앞에서는 섬광이 스쳤다

 

선혈이 낭자헌지 통증이 어떤지 살필 계제가 아니었다

 

지나치는 다른 차량들이 볼새라 오토바이는 안간힘을 다하여 일으켜 세웠다

 

무심코 풀섶을 보니 고라니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 있었다

 

회생은 힘들어보였다

 

고라니가 죽음으로써 나를 살려낸 것일까

 

다시 시동을 걸고 휘어진 기아레바와 클러치레바를 조작하여 인근 옹동면사무소까지 이동 후 사후조치를 하는가운데 벼라별 생각이 교차되었다

 

괜히 바이크를 타갖고...’라는 생각보다 왜 내가 라이딩청바지을 입지 않았지하는 후회가 더 했다

 

빽미라, 브레이크레바, 탱크꿀밤, 왼쪽 깜박이커버만 제외하고 놀랍게도 오토바이는 모든게 멀쩡했다

 

그러나 참 미련한 짓이었다

 

 

 

 

토요일 오후, 다들 입원을 거절하는 바람에 병원을 네군데나 순례했으며, 마취없이 진행된 두어시간의 수술, 그리고 78일간의 감금아닌 감금을 거치며 알았다

 

오토바이를 버려서라도 몸은 터럭끝이라도 다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을...

 

대낮에, 그것도 들판에서 고라니의 습격을 받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사고란 건 운명같은 것이다

 

잘 타는 것 못지않게 잘 넘어지는 것도 기술이란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물론 가능한 안전장구는 해야겠고

 

 

한여름이라고 자켓조차 안 입었다면...

20년간 입던거라 어지간하면 수선하려 했건만 수선불가 판정을 받았다

 

 

 

수술허느라 도려낸 청바지쪼가리.

라이딩청바지만 입었어도 다칠 일이 없을을틴디 하필 일반청바지를 입는바람에 열상이 깊었다

집도의사는 이렇게 빠르게 회복될 줄 몰랐다며 체력이 왕성한 덕분일 것이라 한다

수술후 입원했던 모정형외과 의사는 성형수술도 아닌디 먼 바느질을 이렇게 촘촘히 힛냐며 대학병원 집도의사를 까대고 대학병원 집도의사는 쌔고쌘 병원중에 하필 그런 병원에 입원했냐며 모정형외과 의사를 까댄다

 

 

 

방풍건 대용으로 쓰던 손수건은 지혈헝겊으로도 요긴했다

 

 

 

라이딩장화

이 또한 수선이 불가하기 폐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