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디지털화된 세상이라 음악파일이라는 막대한 조류에 밀려 CD건 LP건 TAPE건 이젠 뒷방 노인네 취급이다. 80년대에서 90년대 초까지 국내 오디오시장은 인켈, 롯데파이오니아, 태광에로이카 등 오디오 3사가 각축을 벌일 정도로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당시에는 인티앰프와 프리앰프, 라디오, CD, 턴테이블 등 소스기기들이 하나하나 분리되어 있으면 콤포넌트로, 한 몸채에 모든 기기들이 들어가 있으면 뮤직센터로 불렸던 시기다. 마지막으로 음반을 산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10여년 전 전북대앞 음반가게에서 ‘린’과 ‘페이지’의 CD를 산 것이 마지막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장당 15,000원쯤 했었다. 재작년 이사하면서 모든 오디오 기기들은 이웃 타르퀸에게 증여하고 그후 트랜지스터만 간간이 듣는 정도였다. 작년 봄에 새로 들인 테레비다이 한켠이 휑하니 여유가 있어 이곳에 무엇을 올려둘까 시시때때로 공굴리던중 이번에 새로 들인 물견이 50년 된 ONKYO(音響) 진공관 전축이다. 내야 온쿄는 PHONO, AM/FM, 진공관 앰프 등 모든 것들을 나무곽안에 한데 집어넣었으니 뮤직센터형 스테레오 시스템이다. 온쿄(音響)도 처음이지만 진공관전축도 처음이다. 당장 플레이시킬 LP판조차 없던 터라 검색하여 김제에 ‘꾀꼬리 음악사’와 전주 평화동에 ‘깡통속의 선율’을 찾았다. 먼저 10여년만에 찾은 김제 ‘꾀꼬리음악사’는 변함없는 가게정경이 반갑기도 하지만 하도 오랜만에 찾는지라 사장이 그때 사장인지 가물가물하다. “수집허시는 분이신가요? 여긴 LP는 일반판매는 하지 않구요, 온라인경매로만 올리고 있어요.” 일주일 후 평화동의 ‘깡통속의 선율’을 찾았다. 여사장은 90년대 중반 문을 열 때 점원으로 일했는데 2~3년 후 아예 인수를 하여 지금까지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한다. “아까 이서에서 전화하신 분이시죠, 반가워요. 종종 들러 주세요.” 오크나무빛 카셋데크가 하도 웅장하고 고급스러워 어디건가 레떼르를 보니 놀랍게도 롯데파이오니아다. 역시 호두나무빛 격살무늬가 고아한 중형스피커는 또 어디건가 보니 SANSUI였다. 영문 SANSUI 옆에는 흘림한자로 山水가 병기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며칠전 일본어 한자책을 보다가 ONKYO가 音響의 일본어 표기라는 걸 알고선 고개가 끄덕여졌던 터다. onkyo音響든 Sansui山水든 운치있는 회사명이다. 여사장은 산쑤이로 두어곡 청음해보라며 먼저 호텔캘리포니아를 올린다. 도입부 일렉사운드가 山水처럼 청명하다. 두 말 해 무엇하랴? “앗따 냐앙 역시 SANSUI그만요, 사장님 두 번째 곡은 Eric clapton의 Wonderful tonight으로 히 주셔요.” “어머 마침 그 곡으로 올리려 했는데 먼가가 통했나보네요^^” 두어 시간 음반가게를 살핀 후 lp판으로는 배뱅이굿, cinema paradiso, 올드팝송 모음, 변진섭을, 카셋테잎으로는 air supply와 ianTheBlind를 고른다. 모두 4만원이다. onkyo에 변진섭을 올리고 셀렉터를 phono단으로 돌린다. “테데덱~텍” 바늘이 음반의 빈 공간을 가르는 소리가 요란하고 좌우가 뻥튀기처럼 맘껏 휘어진 판은 월미도의 팡팡놀이기구듯기 역시 요란하게 롤링을 일으키며 돈다. 아니 이럴 수가? 변진섭이 초창기 확성기에 대고 노래를 부르는 듯 아련한 성음이 맥놀이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온쿄 후면을 덮은 MDF방열판 사이로 비치는 진공관 불빛은 온화하고 온기까지 따뜻하다. 이 순간 나는 밤새 어항을 응시하는 냥이가 되어 목하 音響(Onkyo)에 몰입한다. |
“테데덱~텍” 바늘이 음반의 빈 공간을 가르는 소리가 요란하고 좌우가 뻥튀기처럼 맘껏 휘어진 판은 월미도의 팡팡놀이기구듯기 역시 요란하게 롤링을 일으키며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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