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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Tico

여름바달 누빌 작은 왕자(자동차생활 92. 7월)



거제도에 있는 대우조선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지난해 1991년 서울로 올라와 대우국민차 정비센터를 운영하는 곽동훈씨는 스킨스쿠버가 최미다. 서울에 올라온 뒤로 바다에 들어가보지 못한 그는 바다를 꿈꾸며 자신의 작은 티코를 꾸몄다. 그의 티코는 스키스쿠바 장비를 실은 루프캐리어와 좁은 실내를 쾅쾅 울리는 오디오시스팀이 돋보이는 여름을 위해 태어난 작은 왕자다.


바다를 꿈꾸는 작은 차가 있다. 1992년 여름,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뚫고 바다로 바다로 내달릴 그 작은 차는 그래서 여느 차와는 다른 화장을 했다. 여름을 누비는 씩씩한 왕자로 태어난 그 작은 차는 대우국민차 성북정비센터 곽동훈씨를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티코, 서울39077이다. 곽동훈씨가 티코의 주인이 된 것은 1991. 8. 마지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그리고 이제 다시 여름을 맞는 그의 티코는 여름나기 준비를 끝마치고 있다.



주인은 바다 그리는 스킨스쿠버, 손님차 꾸며주다 차 꾸미게 되어


곽동훈씨에게 여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여름휴가라는 황금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휴가가 왜 그에게 황금의 시간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그래도 그에게는 여름휴가는 남달리 기다려지는 의미있는 시간이다. 곽동훈씨는 서울에 올라온 지 이제 겨우 1년밖에 안된 경상도 사나이다. 경상남도 산청이 고향인 그는 부산기계공고에서 자동차과를 졸업한 후 1991년까지 거제 대우조선에서 일해 왔다. 10년 넘게 대우조선에서 일한 그는 지난해 대우조선에서 국민차를 생산하고, 국민차 정비센터에서 일할 인원을 뽑을 때 자원해 서울로 올라와 지금의 일터인 대우국민차 성북정비센터를 책임지게 되었다. 자동차가 좋아 자동차를 전공한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어 한편으론 매우 기뻤으나 한가지 아쉬운 일이 있었다.

거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스킨스쿠버였던 그가 거제를 떠나면서부터는 물구경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서울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려면 천상 동해로 가야 하는데 최소한 3일은 필요했다. 시간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그는 근 1년 가까이 바다구경을 못 했다.

당연히 여름휴가를 목이 빠져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여름휴가를 기다리며 자신의 티코를 화장시키기 시작했다.



티코는 하얀색이 가장 인기 있는 색깔이나 그는 진회색을 선택했다. 이유인즉슨 우선 검은 범퍼가 너무 튀어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작은 차의 단점을 커버하는 데는 역시 짙은 색이 최고일 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사실 그는 차 꾸미는 일을 즐겨하진 않는다. 여기저기 덕지덕지 요란스럽게 꾸민 차들은 더더구나 싫어한다. 뭐든지 깔끔하게 정리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못 견디는 그의 성격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일터에서 티코 꾸미는 손님을 돕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한가지 두가지씩 꾸미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나 자신이 이렇게 차를 꾸미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전에 타던 차들도 하나도 안 꾸몄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차를 꾸미기 시작하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이왕이면 보다 안전하고 안락하며 내 취미생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꾸며보자는 욕심 말입니다.” 이렇게 차 꾸미기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은 리어스포일러였다. 안전성을 고려한 꾸미기였다. 깎아지른 듯한 티코의 뒷모습은 뒤로부터의 충격으로부터 전혀 무방비상태로 보인다. 여기에 스포일러를 달아 놓으면 우선 추돌시의 충격을 감소시켜줄 수 있고 공기저항도 다소나마 줄일 수 있다.안전성을 고려한 꾸미기 중의 하나는 타이어다. 135/80 R12사이즈의 원래 타이어를 빼 내고 금호타이어의 155/70 R12사이즈의 광폭 타이어로 바꾸었다.



시원해 보이는 스텐몰딩 루프 캐리어, 오디오가 특색

아름다움을 추구한 화장은 옆모습에서 두드러진다. 어느날 손님차에 붙여주고 남은 데코레이션 테이프를 살짝 대 보니 잘 어울려 붙였다는 붉은색의 데코레이션 테이프는 짙은 차색깔과 절묘하게 어울려 산뜻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흔히 하는 사이드몰딩이 아닌 펜더의 스텐몰딩은 여름을 누빌 차답게 티코를 더욱 시원하게 보이게 한다. 펜더옆에 윙커 스몰등을 달아 주행안전성도 고려했다.곽동훈씨 티코의 겉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천장에 얹은 루프캐리어다. 가장 최근에 손질한 것 중의 하나인 루프캐리어는 대우국민차 사업본부에서 나온 것으로 그의 취미생활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스킨스쿠버 장비들은 덩치가 크기 때문에 웬만큼 큰차에도 싣기가 어렵다. 하물며 티코임에야. 결국 천장을 이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루프캐리어다. 작은 티코에 위엄을 보태주기도 한다. 







서울에 온 뒤로 바다를 자주 찾지 못하는 곽동훈씨는 그 보상을 받으려는 듯 주말마다 교외 드라이브를 즐긴다. 드라이브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 음악이다. 곽동훈씨의 티코는 작은 음악실이다. 5월에 세운상가에서 구입한 증폭기와 스피커를 달아 가히 작은 음악실을 연상케 하는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이 역시 여름 휴가때의 장거리 드라이브를 위한 배려의 일면이기도 하다. 차안은 아주 깔끔하다. 자질구레한 액세서리 따위는 눈에 띄지 않고 차색깔과 어울리게 바꾼 시트커버와 파워윈도가 눈에 띌 따름이다. 진회색의 차에 걸맞는 연회색 계열의 레자 시트커버는 깔끔한 실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리고 손쉽게 창문을 여닫게 한 파워윈도 역시 여름철 드라이브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는 선택이다. 물론 앞으로 시간이 되고 기회가 닿는다면 곽동훈씨의 차 꾸미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일단 곽동훈씨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의 바다로 가기 위한 준비는 완벽하게 끝난 셈이다.지붕위에 잠수복, 장수총 등의 스킨스쿠버 장비를 싣고 신나는 음악을 꽝꽝 울리며, 바다를 향해 경쾌하게 달리는 진회색의 산뜻한 티코를 상상해 보라. 절로 즐거워지지 않는가. 자 여름을 향해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