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백이는 닭실부락앞 공동우물에 대고 계곡제까지 찬찬히 걷는다. 벌써 석불로변 군데군데 산딸기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몇 개 털어넣는다. 이른 아침 공복에 몇 모금 맥주를 홀짝이는 맛 그대로 온몸에 희미한 불꽃이 인다. 계곡제는 둘레가 채 500미터도 안 되는 크기다. 저수지라기보다는 유수지나 제법 큰 둠벙이라 해도 되겠다. 계곡제 서편으로 오래된 흙집은 그대로다. 이 집을 알게 된 된지 10년은 넘었다. 첨엔 빈집인 줄 알았는데 젊은 홀아비가 왔다갔다한다는 전언이다. 집 상태로 봐서는 거주목적이라기보다는 농막쯤으로 보인다. 어느날인가는 마당에 산타모승용차가 바쳐 있기도 했다. 다행히도 오늘은 인기척이나 차도 없이 괴괴하다. 집둘레를 찬찬히 톺아본다. 초가집 그대로 지붕만 포도시 스레이트를 얹은 전형적인 60~70년풍 시골가옥이다. 정지문도 옛날식이요, 말캉, 창호지를 바른 문고리 방문, 심지어 합판으로 대충 덧대 만든 변소조차 그시절 그대로다. 말캉한켠에 녹슨 분홍색 곤로가 세월을 더해준다. 이 흙집이 더욱 운치 있는 건 앞마당으로 계곡제가 정원마냥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우두커니 돌팍에 앉아 저수를 바라본다. 며칠새 흡족하게 비가 내렸던지라 잔물결이 넉넉하고 버드나무들이 생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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