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지의 속살, 동돈 부유 돈지. 느을 찾는 돈지건만 그간 오도바이로, 티코로 쭈욱쭉 지나치기 일쑤였지, 언제 한번 찬찬히 제대로 톺아본 적이 있었던가? 오늘은 근 35년만에 돈지의 속살, 동돈 골목길을 찬찬히 부유헌다. 8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돈지는 깜냥 큰 부락이었다. 78년 한해 의복국민학교에 입학한 애들은 동급생이 3반까지 있을 정도로 훈짐 넘치고 북적북적한 동네였다. 그러나 불과 15년 후 초등학교는 폐교되었고 섬진강 이주민용 집단취락지였던 한일주택은 2/3가 무너져 내렸다. 어림대중으로 10개 이상이던 김공장도 죄다 폐창고로 사그라졌다. 멀리서 본 동산도 그대로고 동돈 골목길도 경이로울 정도로 40년 전 그대로다. 달라진게 있다면 흙길이 시멘트포장으로, 나무창틀이 샷슈창틀로, 스레이트지붕이 개량된 소재로 바뀐 정도다. 둔포천에 놓인 2개의 다리 중 3구에 있는 의복교는 얼마전 새로 개통했고 동돈에 놓인 돈지교는 1979.12.20. 당시 그대로다. 동산에 잠시 올라볼까 오솔길을 찾았지만 오랜시간 발길이 끊겨 잡풀이 무성허다. 뱀이라도 출몰할까 엄두가 나질 않는다. 동산 바로밑 텃밭에는 목하 새앙과 케일이 왕성허다. 새앙밭에는 지푸라기가 덮여있다. 혹여 바람에 지푸라기가 날릴까 시루떡 고명이듯 철사가락도 얹어놨다. 그 시절 김공장이나 해산물 가공공장으로 쓰였을 미색 스레이트 창고도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각종 농자재를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와이자형 갈림길에서 동산을 에두르고 있는 동돈안길로 접어든다. 반쯤 열린 함석빛 대문을 지나치는찰나 대낮인데도 인광이 스친다. 대문안 마당 한구석에 무명씨 굉이 한 마리가 빼꼼히 내다보고 있다. ‘아니 저 풍신은 또 머여?’ ‘얌마 일라봐, 냐~아옹, 냐~옹’해 보지만 작것은 영양가 없음을 직감했을 터. 홱 대가리를 돌리더니 장독뒤로 사라진다. |
심심한 냥이 한마리가 빼꼼히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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