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쓸 만 했을 때...
기숙사에 입주하기 위해 티코에 가득 이삿짐을 싣고 이른 아침 인천에 도착했을 때 나를 맞이한 건 5.9할이 서해 한풍이요, 4.1할이 희뿌옇게 내려 앉은 서리였다. 서해안 고속도로도, 민자 고속도로도 없었을 때였다. (지금은 전주에서 인천까지 서두르면 두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무려 4시간 넘게 새북길을 달려 온 지라 온몸은 진이 빠진, 진공상태여서 그날 아침이 더욱 차갑게 느껴졌던 것 같다. 물론 네비게이션도 없을 때여서 기숙사 정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몇 번이나 공회전했는지 모른다. 흔적은 우연히 그려지나 그려진 흔적은 필연이다. 그날 이후 인천에 오면 저절로 당도하는 곳이 인천대다. 인천 구도심지 어디에서나 보이는 선인체육관의 빛바랜 녹회색 자기장이 강하게 끌어 댕기기 때문이다.
<인천대학교 제물포캠퍼스 학산도서관 앞에서>
장시간의 운전독은 책으로 풀어야 한다. 책보다가 드는 잠은 심신을 맑게 리셋시켜 주기에^^
<구 인천전문대 정문에서 조우한 오래된 프라이드>
라지에이터에 그릴의 스테인레스 가니쉬, 시커먼 우레탄 범퍼, 빛바랜 안개등 등, 88~90년식으로 추정되는 프라이드 DM 3Door로 내외관이 너무나 완벽했다. 지나온 20년의 세월만큼 앞으로의 20년도 끄떡없으리라...
<공주시 유구도서관에서>
인천서 내려오는 길에 들른 유구도서관. 서해안고속도로 안중에서 빠져나와 아산시와, 유구읍을 거쳐 공주시에서 다시 고속도로를 타고 전주까지 내려왔다. 시간상으론 한시간정도 더 걸리나 총 주행거리는 고속도로와 같은 250km다. 특히 아산시에서 유구읍까지의 도로 양옆은 연이은 산들이 영사기 필름처럼 펼쳐지는데 무척 서정적이다. 간혹 흩날리는 낙엽은 화룡점정이고...
<전북 완주군 이서면 정농부락 들판에서>
달리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도로가 있다. 낮은 구릉지대를 구렁이처럼 휘어감은 이곳은 좌우 곡선뿐만 아니라 타이어와 스프링으로 전해져 오는 상하 굴곡조차 운전자를 기분 좋게 한다. 길고 긴 고속도로에서 쌓인 운전독을 해독하기 위하여 목적지인 서전주IC보다 한구간 앞인 전주IC에서 빠져나와 이곳 도로를 느리게, 느리게 완상하며 집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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