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땅은 때깔이 아조 선연하다. 516 도로변 일대는 비 맞은 남생이등과 같이 검은 윤기가 빛을 발하는 땅이 펼쳐지는가 하면, 한라산 산남일대의 난대림에는 갓 캐낸 당근빛 흙이 점점이 뿌려져 있다. 남생이 등껍질이건, 갓 캐낸 당근이건 왕성허게 살아 숨쉬므로 토석의 숨구녁이 실하다. 한라산 일대를 걷노라면 살갗의 숨구녁도 이내 동화되어 태곳적 탐라의 숨결이 60조개나 되는 온몸의 세포 곳곳까지 삼투압되는 느낌이다.
땅이 이러하니 제주도의 지표수는 이내 지하로, 해면이 물 빨아들이듯, 깊어져 가며 그곳에서 3~5만년간 숙성된 후 ‘용출수’로 ‘삼다수’로 조금씩 조금씩 빛감한다. 가히 제주의 물은 세계 최고라 할 만하다. 단 육지에서 마실 땐 꼭 ‘제주삼다수’ 레떼르가 둘러진 페트병으로 마셔야 그 맛을 제대로 음미헐 수 있다.
제주에서 빠뜨릴 수 없는 또 하나의 풍광은 돌담이다. 제주의 땅은 바람에 쉽게 날리는 화산회 성분이라 농작물 보호를 위해, 작물의 경계로 인한 이웃간의 분쟁을 막기 위해 쌓았다 한다. 취락이 발달한 해안도로를 따라 검게 웅숭거리는 돌담의 군무는 말 그대로 장관이다. 지리산의 진경은 실상사도 폐사지도 아닌, 이름없는 다랑이논의 돌담에 있다는 어느 작가의 말마따나 제주도의 아름다움 또한 올레길도, 섭지코지도 아닌 돌담에 있는 듯 하다. 갖가지 설운 이유로 육지에서 밀려난 민초는 머나먼 탐라의 척박한 땅에서 하나하나 돌을 골라내며 개간했을 것이며 탑 쌓듯 돌담을 둘렀을 것이다. 돌담은 태곳적 유물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도로를 확장하면서, 혹은 주택을 개량하면서 새로 쌓은 돌담도 많이 보인다. 돌담 쌓기는 이곳 어르신들의 유전자 깊숙이 각인되어 있는, 과학적 분석이나 사료검증을 초월한, 본능인 것이다.
숙소인 JEJU ROYAL HOTEL
호텔 이름이나, 외관으로 보건대 83년 전후쯤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관 TV가 LCD HD TV로 바뀐 걸 제외하면 호텔 내외관 모든것들이 80년대 톤을 오롯이 간직허고 있는 정겨운 곳이다.
호텔 근처 골목
해뜨기 전 이른 새북으로 고요해 보이나 초저녁부터 새북까지 전봇대조차 흐느적거리는, 신제주 1번지 환락가이다.
정상에서 내려오던 중 비친 제주시 전경
정상에서는 심한 비바람으로 5m앞도 보지 못했던 터인데...마른 하늘에 기류를 만나면 비행기가 휘청이는 이유를 온몸으로 체득했다.
낙석주의 팻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2만년 후든, 3만년 후든 언젠간 떨어질 것이다. 주의허시라...
담날 한라산 남쪽 능선인 난대림 입구에서
시크릿 가든의 배경이었다는 산림과학원의 난대림 입구로 일반인(?)은 연중무휴 입산금지구역이다. 전체 면적은 일개 面정도이고, 아열대, 난대, 온대의 기후특성을 가진 국내 유일의 FSC인증지역이다. 폭우로 인해 주춤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되돌아서는 중
키 크는 약은 속임수다. 연간 강우량 3000mm인 이곳 난대림일대에서 애들을 키우시라.
하산 후 제주시내에서 조망한 한라산으로 이보다 더 쾌청헐 수 있을까?
제주에서 먹은 것들
일행 중 일부는 음식이 물짜다며 볼멘 소리를 하나 여행지에서 이정도면 진수성찬 아닌가? 먼 여행지에서조차 내집에서, 내지역에서 먹던 음식을 바라는 건 정도가 아닌 듯 하다. 기껏 먹어봤자 3~4일인데 맛있게 먹고 볼 일이다. 특히 갈치속젓과 매운 고추, 김치가 일품이다.
제주에서 본 티코들
3대밖에 찍지 못 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티코의 출몰이 잦다. 돌과 바람의 경쾌함이 지배허는 이 곳 제주에서는 단연코 티코가 가장 잘 어울리는 차종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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