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1975년도에 수입히서 쭈욱 타고 댕긴거여,
그때 시골에서 누가 이런 ”수입“오도바이 타고 댕깃가니?”
“내가 엥간히서는 안 파는디 젊은 냥반이 어떻게 이런 물견을 다 알아보시고 반갑네 그려~“
1972년 혼다 SL100
1975년 등록하여 대를 이어 45년째 타고 있던 물견이다
미륵사지 사리장엄을 방불케 하는 안장
흙인지 녹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세월의 더께
흥아 깍두기타이어
홈 사이사이로 거미줄이 왕성하다
안개등을 띠내야나, 놔두야나
임진난 조선군의 포탄이었던 비격진천뢰를 방불케하는 아우라다
함양에서 장수군 번암면까지는 신나게 타고 왔으나...
태국에서 주문한 밧데리카바.
원본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재질감이다
와꾸가 맞들 않으니 그라인다로 갈아낸다
1차 문화재복원 마무리
빼빠질 매우 하셨다
타이야도 흥아 깍두기로 교체
공구통은 냉무
머시라도 채워 늫으야는디...
50년 묵은 금속성 타악에 온몸의 모세혈관이 불꽃으로 조응한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8할이 세월이듯 이놈 또한 그러하리라
지난 9월 라이딩차 들렀던 인월면, 그날 낮달의 끌림이 있었던건지, 잠시 오도바이를 멈추고 찬찬히 부유했어야나 시간이 촉박하여 순대국밥만 먹고 슈웅 지나쳐 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여 2달여만인 11월의 어느 평일 오후, 웍스를 끄시고 겸사겸사 인월을 다시 찾았다. 두달 사이에 운봉고원 일대는 목하 추색이 절정이다. “겨울이 온 후에야 조락이 없는 소나무와 전나무의 절개를 알겠더라”는 완당세한도의 풍경인 듯 인월 들판 곳곳은 무명씨 세한도의 연속이다. ‘어쩐지 익숙하고 강한 끌림이 있더라니...’ 인월시장과 면사무소를 보듬고 있는 인월 본정통은 40년전 풍경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군데군데 2~3층 높이의 신축건물이 버무러져 깜냥 활기가 감지된다. 관에서 일괄보급한 오색 아크릴간판과 들판끝 저 멀리 지리산 연봉을 보니 이또한 익숙하다. 20년전 서역 河美에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 서부내륙 마지막 도시 우루무치로 가던 중 무명씨 소도시에서 본 정경 그래로다.
인월 본정통 4거리에서 함양쪽으로 찬찬히 걷던 중 상가 주차장건너 차고에 먼가 범상치 않은 풍신의 오도바이 한대가 눈에 확 들어온다. 몸체색상도 그렇고 이 시골에 먼 물견일까, ‘무명씨 중국산 오도바이것지’했다. 하지만 한걸음 가까이 보니 원판 혼다오도바이에 전북 남원군 남바판이다. 살대휠부터 타이야, 백미라, 계기판, 초크밸브까지 모든 구성품들이 하나하나 제대로 발효되어 있으니 총체적으로 풍기는 아우라가 흡사 고인돌마냥 잔잔하다. ‘아니 이런 물견이 왜 여기서 나와?’ 난중에 유툽을 보니 칼라도 양산이 아닌, 계약자 주문색상으로 출고된 사파이어블루라 하고, 생산이력은 72년까지 생산했다니 최소 50년 묵은 물견이다. “앗따, 사장님 혹시 파실 의향 없으셔요?” “아 글혀이, 이거 1975년도에 우리 할아버지께서 수입해 오신거여, 그때 시골에서 누가 이런 ”수입“오도바이 타고 댕깃가니? 우리 할아버지가 일대에서 대단허싯지, 저번 여름에 광주서 싹 고치놨어, 한 60들잇을거여, 지금도 가끔 내가 타고 댕겨~” ”이거 대한민국에 한 대 있는 거여, 한2 년전인가 부산이서 200준다고 힛는디 내가 안 팔읏는디... 젊은 냥반이 어떻게 이런 물견을 다 알아 보시고 반갑네 그려, 내가 싸게 줄게, 잘 타고 댕겨“ ”어이쿠 감사혀요, 안 팔고 오래오래 자알 타고 댕길게요.“
직접 끄시고 올 심산으로 1주일 후 인월을 다시 찾았다. ”사장님 킥질로는 안 걸리는그만요, 한번 밀어보셔요.“ 10여분을 밀어대싸도 걸리지 않는다. 결국 함양 마천오도바이에 연락하니 잠시 후 ”휘발유“라보가 등장헌다. ”앗따 니앙 휘발유 라보는 첨인디요.“ ” 저번달까지만 해도 포니픽업도 갖고 있었는데예, 보험료에 세금 나가는 것이 아까버서 처분했어예.“ ”그나저나 이런 오도바이는 어케 찾읏으예, 참말로 용허네예.“ 인월에서 함양까지는 15분 거리다. 마천오도바이는 마천면이 아닌 함양읍내에 있는 센타다. 알루미늄 삿슈문을 드르륵 여니 대형 빈티지스피카며, 한약방 약장같은 부품수납선반이 정겹다. 전반적으로 지름으로 쩐 여타센타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차라리 오래된 시골다방이라고 할 정도로 정갈허다. 캬부는 분해해서 막힌디는 뚫고, 뿌라구는 대용품이 없으니 토치로 달군다. ”비상조치로 시동은 걸리게 해 놨지만예, 전반적으로 오바올 한 번 허시야돼예.“ 단기통소리에 이렇게 매료된 적이 또 있었던가, 시동음이 우렁차다. 브레끼와 구라찌는 다소 뻑뻑하나 빳따가 빠릿빠릿하고 중립도 깔끔허게 잡힌다. 깜박이도 삐일삐익 희미하게나마 살아있고 전조등에 안개등, 브레끼등까지 모든 등화관제류도 살아있다. 함양에서 인월방향으로 24번 국도 고갯길을 심좋게 오른다. ”뚜두둥“이 아닌 ”따다당“이다. 50년 묵은 금속성 타악에 온몸의 모세혈관이 불꽃으로 조응한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8할이 세월이듯 이놈 또한 그러하리라. 간간이 오도재를 찾는 대형 오도바이들과 교행헌다. ‘니들이 쉰살 오도바이를 알어?’ 인월면 본정통에서 예의 순대국밥으로 늦은 한끄니를 허고 바로 앞 달빛마루 크피샵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사약 한잔 찌크리며 SL100을 올어라운드뷰로 톺아본다. 과연 집에까지 무탈허게 갈 수 있을까... 걱정반, 설렘반이 또아리트는 가운데 고원의 겨울해는 산너머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가다스면 어떠하리, 자태가 예술인 것을...인월에서 사치부락을 지나 장수군 번암3거리를 경우헌다. 아니나 다를까 가면 갈수록 찐빠의 주기가 짧아지고 탄력도 죽어간다. ‘이쯤이서 트럭을 부르얄까, 갈 때까지 가얄까. 에라이 작것 계속 끄시보자.’ 10리나 더 갔을까? 번암에서 산서로 넘어가는 고갯길 초입에서 결국 푸석푸석 서버린다. 그나마 시동이라도 걸리니 대견할 따름이다.해는 사라진지 오래, 사위는 어둑신이 빠르게 깔리고 50m거리의 무명씨 강아지는 간간이 하울링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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