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별그램에서 우연히 접한 스튜디오 카멜의 증명사진 한 장, 미남미녀도, 그 흔한 연예인도 아닌, 평범한 젊은이들의 풋풋함, 20년 전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 5~6년 전이지, 추문이 터지기 전이었으니까, 한동안 고은시인의 만인보에 푹 빠졌었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본 것만 같은, 볼 것만 같은 무수히 많은 부락민들의 삶의 궤적들. 생각해 보니 만인보의 메타버스판이 카멜의 증명사진들이 아닐까...
“어떻게 좀 살짝 웃는 모습으로 찍어드릴까요?”
“좋죠, 근디 잘 될란가 모르긋어요, 일단 한 번 찍어보셔요~.”
“자 웃어보시구요, 자 어깨어깨 이쪽으로, 머리 사알짝 우측으로, 고개 약간 올리시고.”
표정교정은 물론 척추교정까지 병행해 준다.
“앗따 어렵그만요. 평소 많이 찍혀봐야는디. 어디 연기학원이라도 끊으얄간가.”
렌스앞에서 한 20여분 굼뱅이 꿈틀거리듯 갖은 동작을 취했으나 쉽지 않았다.
“앉으세요, 보정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 같이 작업하시게요.”
“네 적당히 세월이 녹아있게끔 해 주셔요.”
전자펜으로 콕콕콕 작업하는 모습이 흡사 세필로 점묘하는 듯 하다.
“이 정도면 되겠어요?”
“아 죄송해요. 작업에 몰입허시는디 스돕헐 수가 없었그만요. 언두언두히주셔요. 내생애 가장 젊은 오늘의 저를 담고 싶어서요.”
촬영에 후보정에 인화까지, 일련의 흐름은 달밤에 낙타보는 듯 평화롭다.
낙타는 생각하며 걷는 유일한 동물이라는데 달밤에 소금을 진 낙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실에는 작은 작두소리가 사각거리고 하얀 벽면에는 최신 하우스뮤직이 흐른다.
스튜디오 카멜 정경
이어 고투 크으피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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