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카브정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는데
저번주 혹한에 기어코 꿀꿀해지고야 말았다.
지가 무슨 할리인 양 배기음이 세박자와 네박자를 자유로이 넘나들고
신호대기 후 출발은 영축없이 말 타는 느낌이다.
이 모든 게 자고 일어난, 단 하루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단 한알의 모래입자의 움직임으로 거대한 모래성이 붕괴되듯,
20년간 누적된 카브 스트레스가 간밤의 찬공기로 인해 불거진 것이다.
<대전카 입고>
<카브레타 탈거 후 분해 중>
<플러그는 재떨이에, 전구는 페트병에>
<세계적인 명차 ‘할리 다빗슨’에 적용되고 있는 ‘미쿠니’제 카브레타>
그래서 마이틱에 할리의 잔향이 녹아 있었던 걸까?
사장님은 그간 ‘니키’제로 알고 계셨으나 티코는 ‘미쿠니’제다.
우리나라도 80년대까지 ‘니키’제가 주류 카브레타였다.
(실제 포니 카브레터는 티코에 비해 훨씬 직관적이고 큼지막함)
‘니키’는 연료의 오염여부, 압력, 펌핑 등을 ‘한눈에’알아볼 수 있는,
그리고 전자장비를 최소화한 직관적 카브의 대명사라 한다.
쫌 과장되게 얘기허자면 어릴적 외할아버지가 입으로 불어 주시던 ‘후마끼’(분무기)의 원리를 직관적으로 차용한 카브가 ‘니키’라 한다.
<공부허기 싫으면 기술이라도 배워라!!>
중학교 기술시간 ‘내연기관’편에서 맹목적으로 암기해야만 했던
‘뜨개(후로타)’와 ‘니들밸브’, 그리고 그 옆의 오링!
사장님은 뜨개를 비롯, 티코 카브레터의 주요부품들을 한웅큼 사 두셨는데
대우부품센터 관계자에 의하면 티코 제작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출된 부품이라 한다.
꺼내보니 20년간 지름에 찌들었던지라 썩은 육괴기빛이 드레드레하다
(왼쪽의 우윳빛은 신품 뜨개)
니들밸브의 무게가 뜨개에 실리지 않도록 누누이 강조허시던 기술선생님의 말씀이 떠 오른다.
끝부분의 삼각형 마무리는 엄청난 곡면절삭의 기술이 녹아 있다 한다.
사장님은 누가 카브를 설계했는지
그 정교한 구조에 작업헐 때마다 경이롭다 하시며,
예민한 뜨개와 니들밸브를 조립헐 때는 새 장갑을 끼셨다.
<사장님만의 공구>
카브레터 분해 소제는 15~16종의 공구가 동원되는데
사장님이 손수 고안하신 것만도 3~4종이다.
간혹 정비업계 사장님들이 ‘기술 배우러’ 오나
서너 시간동안 이어지는 섬세한 과정을 보고선 ‘돈이 안 될 것’같다며
모두들 포기해 버렸다.
<버터플라이 간극 조정 중>
93년도부터 티코를 타 왔고,
으레 티코는 ‘초기시동’이 우렁찬 줄만 알았으나......
무지 부드럽다~
진공배력 또한 빠릿빠릿해지니 제동도 엄청 부드러워져
새 차의 그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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