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찍은 완주군 이서면 갈산리 일대 혁신도시가 한창 진행중인, 옥정마을의 철거되기 직전의 빈집들을 포스팅 해 본다.
전주에서 이서면 소재지까지는 10여km채 되지 않아 대중가요 두곡정도면 도착한다.
서전주 IC를 타기 위해, 혹은 김제나 부안방면으로 출퇴근할 때는 굳이 면소재지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90년대 초반 4차선으로 확장하면서 우회도로가 개완허게 뚫렸기 때문이다.
또한 이서면 소재지 내 남양 싸이버APT, 부영APT, 하늘가APT에 거주하는 3,000여명의 달하는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별일이 없다면, 관내에서도 오지라 할 수 있는 옥정마을, 신풍마을, 신흥마을, 덕동마을, 앵곡마을, 싸오개마을까지 가볼 일은 없을 것이다.
이들 마을은 지방도에서는 마을표지판조차 볼 수 없는 곳이고 보이지도 않는다.
구릉너머 꾸불꾸불 농로를 한참 들어가야 빠끔히 비치기에 모르고 들어가면 길이라도 끊길까 조심스럽다.
지방도에서 마을입구까지는 아스콘 포장, 시멘트포장이 되어 있다지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샛길은 아직도 흙길인 곳이 있다.
30~40년 전에는 산토끼 잡으려, 비료포대 타려, 나무 하려, 무우 묻으려 종종 걷던 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좀체 통행하지 않으니 억세 보이는 쑥대가 무성하고, 군데군데 경운기가 헛바퀴 돌며 맹근 물웅덩이가 점점이 박혀 있다.
그나마 농번기 때나 통행이 있지, 지금 같은 시안이는 몇 개월이 지나도록 강아지 한 마리 댕기지 않을 쓸쓸한 샛길이다.
<옥정마을 (지게동?) 진입로>
이서에서 전주 만성동쪽 713번 지방로를 달리다 좌측으로 볼 수 있는 옥정마을 진입로.
고속도로 밑으로 두개의 굴다리가 있는데 왼쪽것은 높이 2.2m로 1973년 맹글어졌고, 오른쪽은 3.8m로 근래에 맹글어졌다.
(제작년도는 1973년도로 되어 있지만 작업자의 실수인 듯)
지역 주민에 의하면 지금이니 저런 굴다리가 있지 고속도로 개통 초기엔 사람, 경운기, 구루마 등이 유유히 고속도로를 건너 댕겼다 한다.
<굴다리 지나 옥정마을 전경>
나지막한 구릉아래 헐리기 직전의 빈집들이 웅숭거리고 있다.
새마을운동으로 증개축헌 가옥들이 많이 보인다.
산이었을 구릉은 황토빛 밭으로, 산줄기였을 둔덕은 고속도로로 바뀌었고
땅속 물줄기의 표상인 마을우물은 육중한 나무덮개로 덮였다.
현장에서는 몰랐는데 풍수지리 지형도를 찾아보니 가히 선사시대 어르신들도 흔적을 남길 만 하다.
자연이 맹근, 세상에 단 하나인 생명의 기운이 끊겼다.
우린 확실히 꽁크리 위에 부유하는 암세포 같은 존재가 아닐런지...
선사시대 유적지로 별게 없었던지 메꿔버려 지금은 흔적초차 없다
선의 미가 돋보이는 농가
70년대 중후반 지어진 전형적인 새마을주택
길 건너 신흥마을에 있는 집으로, 이 마을은 혁신지구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있어 지금도 건재하다.
아랫집의 할머니가 군불을 지펴 농작물을 말리는 등 농막으로 쓰고 있는 곳이다.
이제 이런 정경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전주시 만성동 서쪽부터 완주군 이서면 동쪽까지 목하 ‘혁신’도시가 맹렬하게 조성중이다.
작년만 해도 주민들이 올망졸망 살던 곳인데 작년말, 올초 집중적인 소개疏開작업이 있었고 지금은 붉은 황톳빛 천지다.
군데군데 작은 물길, 둠벙, 나무 등이 살아 있었지만 일단 메운 후 친환경적으로 인공공원을 조성중이며, 구부러진 농로대신 신작로를 곧게 내고 있는 중이다.
지난 금요일에는 혁신도시 입주 기관 중 ‘핵’이랄 수 있는 LH공사의 분산배치를 촉구하는 대규모 관제데모가 있었다.
도의회에서 왜 또 ‘플래카드’로 도배하느냐 따져 물으니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란다.
미래담론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야 진짜 ‘혁신’이며, 새로운 것에 저항하고 거부하는 일은 경제발전에 필수적이다.
-데이빗 에저스틴-
비단 혁신도시뿐이 아니다.
행정과 연관된 대개의 것들은 항상 촌각을 다툰다.
더 많이, 더 빨리 중앙정부로부터 따 와야 한다.
전국의 모든 신도시, 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의 입주예정인구를 통산한 수치가 500만이라 한다.
결국 어디선가 (이를테면 구도심지) 살고 있는 500만이 일사불란하게 이사해 줘야 각종 개발사업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구도심도 맹렬하게 대책을 세우고, 부활・재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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