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역엔 1969년 이후 가장 많이 내렸다는 눈인데, 1981년 크리스마스에 허벅지까지 빠지는 폭설을 헤치고 산속 짝궁네 집에 찾아 갔던 경험 때문인가, 크게 실감은 나지 않는다. 가수 박정현이 2003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의 공연을 평생 잊혀지지 않을 최고의 공연으로 꼽고 앞으로도 그런 느낌은 다시 오질 않을 것이라며 그리워하듯, 나 또한, 시간이 거꾸로 가지 않는 한, 그럴 것만 같다.
<대여섯가구 정도 되는 신작로 옆 작은 부락>
일어나자 마자 이불 털며 늘 바라보는 길건너 작은 마을이다. 많을 때는 불빛이 대여섯가구에서 새어 나오지만 오늘 새북엔 두가구정도만 새어나온다. 작은 부락에 수십년간 손대지 않았을 골목길이, 바로 앞 4차선 신작로와 대비되어, 처연히 보인다. 나에겐 언제나 작은 마을이지만 부락 어르신들 사이엔 분명 명칭이 있을 것이다.
<전주-김제간 716번 지방로>
<촌개들의 프랙탈이여, 영원하라!, 삼부농장에서>
이렇게 눈 오는 새북 아침에는 시린 몸을 이끌고 집 앞 삼부농장의 호젓한 오솔길을 산책해 보곤 하는데, 이런 종류의 애상은 사람만의 전유물은 아닌갑다. 반 산짐승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촌개들이 진작에 발자국을 남겨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가 그리고 싶은 궤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촌개와 나! 추울 것인디 니들이 고생이 많다^^
<삼부농장에서- 장동부락으로 빠지는 길>
<눈 내리기 전날 밤 23시, 이서평야 한가운데를 흐르는 오목천 다리 우그서>
찬바람이 손꼬락 마디마디를 저미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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