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질번질허다. 5년 전엔 자갈 때문에 통통거렸다. 눈송이가 지 멋대로 망울져선가? 포장 후에도 통통거린다. 선경을 지나칠 순 없다. 잠시 세운 후 출발하려니 미끄러지지만 난감하지 않다. 사위에 장애물이 없고 경사가 없으니 기분 좋은 미끄러짐이다. 페달과 핸들을 약간 과장되게 움직여 본다.
닥터 지바고의 마차가 내차보다 빨리 달렸던가? 마차는 눈이 얼기 전, 소복이 쌓인 평원을 로만틱하게 달렸다. 게다가 역동적인 말발굽 소리는 한낱 마후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영화인데 빙판여서는 아니 될 터)
마차는 네 마리가 끌지만 프라이드는 일흔 세 마리가 끈다. 땅 속에서 수만년, 수십만년 응축된 휘발윤데, 더구나 초박형 실린더에서 고밀도로 압축 후 폭발시키니 그 힘이 일흔세 마리 말과 같다. 그렇다고 마차가 내연기관에 비해 뒤떨어지는 구동방식은 아니다. 말은 숨쉬는, 새끼 낳는 풍신이 아니던가? 말과 지바고는 대등체나, 나는 주체요, 차는 소모품이다. 결국 고철일 뿐이다. 지금 이 시각 나에겐 소중한 애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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