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치는 일상들

상월휴게소 단상

제부도 카페안다미를 경유하여 국도로 내려오는 길, 한끄니차 상월휴게소에 들른다. 식당에서 카페로 연결되는 유리문이 폐쇄되었다. “식당주인이 바뀌면서 폐쇄했어요.” 나름 저간의 사정이 있겠지만 먼가 좀 갑갑해 보인다.

편의점을 겸한 카페도 내부가 바뀌었는데 매대를 확장하고 대신 안락의자와 테이블세트는 없애버렸다. 크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은 건물밖 테라스인데 좀 옹색하고 편안허게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앉아서 창밖 볕을 좀 쬘까해서 들렀건만 내심 아쉽다. 휴게소에서 12년째 기거 중인 냥이는 오늘 보니 털이 상당히 푸석푸석허니 집냥이라고 볼 수 없는 몰골이었다. “늙어서 그래요. 휴게소 지을 때부터 함께 했으니...” 그러고 보니 눈꼽에 콧물에 침까지 범벅이고 활기가 떨어졌다. ‘그렇지 너를 첨 본게 벌써 2016, 8년 전이니 이젠 니가 나보다 훨씬 늙었겠구나, 글혀 카페는 아쉽지만 널 봐서라도 계속 와 줄게.’

창밖을 응시허던 중 중공군 밀리터리모자에 역시 중공군 밀리터리 코오-트를 걸쳤으며 시컴헌 보생 방한화(일명 말표 털신)를 신은 70대의 노형이 오래된 신사용 자전차를 끄시고 들어온다. 노형은 쐬주 2병에 담배 한 갑을 주문하고 테라스 의자에서 멀리 계룡산 설경을 응시하며 레츠비 깡통크피를 찌크린다. 이 한파에 신사용 자전차는 웬말이며, 중공군 팻션은 또 어인 일인가? 생강차가 식어갈 무렵 나는 믿기지 않는 정경에 신묘한 기시감에 휩싸였다.

 

 

 

 

 

 

그렇지 너를 첨 본게 벌써 2016, 8년 전이니 이젠 니가 나보다 훨씬 늙었겠구나'

 

 

노형은 쐬주 2병에 담배 한 갑을 주문하고 테라스 의자에서 멀리 계룡산 선경을 응시하며 레츠비 깡통크피를 찌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