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너무 잘 아시고 좋아라 하시는 울 작은아버지.
1980년대 극초반 당신은 진녹색 새한 로얄살롱을 끄실 정도로 성공한 실업인이었다.
세상에 당시 로얄살롱이라니, 차값은 차치하고서라도 자동차세만 해도 엥간한 서민은 꿈도 꿀 수 없는 로얄살롱 아닌가.
지금이야 대수롭지 않은 돈이지만 당시 로얄살롱의 연간 자동차세 60만원은 초급노동자의 연봉에 가까운 엄청난 돈이다.
이렇게 환산해 본다.
1981년 한그릇에 200원였던 베테랑 칼국수가 지금 현재 8,000원이다.
40배가 오른 셈이다.
그니까 당시 로얄살롱의 자동차세는 지금 기준으로 치면 연간 2400만원였던 셈.
어마무시허다.
그것도 검은색 세단도 아니고 진녹색였다.
지금으로 치면 와인빛 포르쉐 파나메라 이상의 아우라였을 터.
1982년 어느 봄날 로얄살롱을 끄시고 왼통 흙길인 부안시골길을 달려 우리집에 오셨는데 아직도 그 광빨허며 고급진 실내가 생생허다.
맨 버스, 트럭, 포니택시만 보다가 그 촌구석 황토밭에서 휘황찬란한 로얄살롱이라니.
의류사업을 하셨던 작은 아버지는 이제 80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윤이 나는 검은 구두에 질 좋은 기지바지, 고급진 체크남방에 계절에 딱 어울리는 간절기 코트까지, 여전히 멋쟁이시다.
더욱 놀라운 건 94년 가을 당신은 추석무렵에는 쥐색 티코를 타고 오셨다.
사업이 기울어서가 아니라 차를 좋아하셔서 대한민국 국민차 티코를 뽑으셨던 것이다.
50대의 중년 실업가께서 티코가 웬 말인가, 지금 생각해도 파격적이다.
“작은 아버지 저는 지금도 티코 갖고 있어요.”
“오 그래 참 대단허다, 체어맨 참 좋은 차다, 이거 사장님들이 타던 차 아이가.”
모항에서 부안까지 오고가는 길, 체어맨 주행질감에 심취허시는 느낌이 역력허다.
한낮 기온 영상5도씨, 직렬6기통에서 흘러나오는 첼로음이 따뜻하다.
뼈대가 녹록치 않은 우리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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