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 부락이 연접한 시골아파트에 살며 퇴근 후 밥 먹고 나서, 새북에 일어나, 매일 아침저녁 두 번씩 걷는 부락길은 그야말로 중년 이후 나의 원동력이다. 온전한 두 발과 두 팔을 저으며 지금 한창인 능소화, 자귀나무꽃, 금계국에 인사하고 왕성하게 논물을 빨아올리는 벼에 눈맞추며 사시사철 창창한 노송아래 두팔 들어 스트레칭하는, 자연과 하나되는 루틴을 통해 그야말로 행복을 읊고 강화하고 있다
삼무실에 출근해서는 점심 후 잠시 노송동 골목을 걷곤 한다. 오늘은 노송동에서 잤으니 해 질 녘, 그리고 이튿날 해 뜰 녘 두 번을 걸었다. 원도심 골목도 논길 못 지 않게 소소한 즐거움에 때로는 경이로움까지 준다. 어느 집은 일정 때 지어졌으니 못 해도 80년은 되었을 텐데 80년 전 어느 날이 여전히 현재인 듯 골목을 지키고 있다. 어느 집은 방치된 집인가 했는데 밤에 걸으니 창밖으로 조명이 은은하고 도란도란 얘기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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