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규 고가는 1930년 전후 정읍 임암면 대흥리 일대에 지어진 보천교 ‘궁궐’이 해체된 후 고부면의 대지주 조재홍이 1930년대 말 고부면 관청리에 옯겨 놓은 고택이다. 해체된 보천교 본당은 조계사 대웅전으로 복원되는데 그 규모가 경복궁 근정전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80년대 이후 빈집으로 방치되었던 터라 3년전 고택을 찾았을 때는 부서진 창호에 별채 일부는 지붕까지 내려 앉고 방안 여기저기에 농짝이며, 책상, 식기류, 소작문서, 70년대 월간 신동아 등 살림살이들이 뿌옇게 먼지에 쌓여가고 있었으나 이번에 보니 모두 치워지고 창호나 지붕 등도 말끔허게 보수되어 있다. 세간들이 한결같이 세월의 굉이 고아허게 박힌 ‘최상등품’인지라 고물상들이 수거해 갔다면 상당히 이문이 났을 것이다. 원래 세간들도 그 자리에 그대로 박혀 있으면 좋으련만 사람이 살지 않으니 어찌 히 볼 도리가 없다. 어쨋든 새 주인을 만나서라도 지나온 세월 이상으로 천수를 누리기를 바란다.
2011년 정읍시 예산서를 조회해 보니 ‘조재홍 고가 창호보수 50,000천원’이 책정되어 있다. 한옥은 9할이 흙인만큼 사람의 훈김이 없으면 이내 퇴락하고 만다. 어떤 형태로든 사람이 살 수 있는 구조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3년전엔 거의 무너져가는 흙담이었으니 ‘재건’수준으로 복원되었다.
개마고원산 소나무로 지어진 본채는 워낙 튼튼해서 80여년의 세월에도 꼿꼿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기왓장만 일부 교체되어 있다.
별채는 많이 후락헌 상태였으나 개완허게 복원되었다.
군데군데 무너져 있던 뒷마루(회랑)은 형태를 되찾았으나 말 그대로 창호만 보수했기에 군데군데 이빨 빠진 유리창이 보인다.
회랑 내부
방은 3년전이나 지금이나 같으나 세간들은 모두 사라졌다.
개마고원산 소나무의 향연
지난 80년간 그러했듯 앞으로 80년도 끄덕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람만 산다면 800년 후라도 그대로일 듯...
우물이 집안에 있을 정도로 고급주택이다.
<3년전 복원되기 전의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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