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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은 다음날(book)

삼성을 생각한다 변호사 김용철 씀

 

 

삼성을 생각한다 변호사 김용철 씀


한국 최고의 거부라는 상징에 걸맞지 않게 이건희의 삼성 지분율은 0.57%에 불과(?)하기 때문인가 김용철은 이건희를 대단한 구두쇠로 풍자한다. 회갑연조차 노벨상을 본딴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에 숟가락 하나만 더 올려서 진행하는데 이건희의 테이블에는 천만원짜리 와인과 항공기로 직송한 프랑스산 냉장 프와그라가 올려진 반면 손님 테이블에는 일반 와인과 냉동 프와그라가 올려진다. 주인은 석박김치에 찬밥에 물말아 먹더라도 찾아온 손님에게는 거하게 한상 차려주는게 우리네 정서인 걸 감안하지 않더라도 대단히 비상식적인 처사이며 결례가 아닐 수 없다. 리움미술관의 경비인력은 연접한 이건희 일가의 사택경비까지 덤으로 제공해 주며, 법인명의의 전용기는 황제가 신하에게 은사하듯 호기롭게 임직원에게도 제공하기도 한다. 계열사의 안내데스크에 근무하는 여직원일지라도 황제의 눈에 뜨이면 뜬금없이 억대연봉을 받으며 타워팰리스가 제공되기도 한다.


김용철은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근무하는 여공들의 밀집된 작업환경을 목도하고서 초일류기업을 표방하는 삼성이라는 상징에 대해 매우 의아해한다. 거대한 건물에 비해 화장실이 태부족이며 작업공정이 톱니처럼 지나치게 촘촘한 점을 지적한다. 또한 일류기업, 글로벌기업으로 알고 있는 삼성이지만 내부문화는 교조주의로 점철되어 있다. 삼성내 문건에서 이건희는 A로, 홍라희는 A'로, 이재용은 JY로 이부진은 BJ로 표기된다. 말하자면 이씨 일가는 천상 삼한갑족인 셈이다. 물론 이건희의 지시는 김일성의 교시라 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십여년전 상해 외곽에 위치한 어느 경공업 공장을 견학했었다. 15,16세의 앳된 여공들이 시커먼 지름에 쩐 장갑을 낀 채 낯선 이방인들을 향해 쾡한 눈망울을 꿈벅이는 걸 보고 먹먹했었다. 그나마 지방정부에서 자신있게 보여 준 공장의 분위기가 이러한 데 그들만의 공장은 어떠했을까?


삼성이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범죄 중 비자금 조성을 위한 이중장부 작성, 차명계좌 운영, 현금 운반은 계열사별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계열사별 비자금액수의 할당, 차명통장 및 목도장 관리, 현금수금업무 등은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의 관재파트에서 담당한다. 이들 관재파트의 30대 과장들은 거개가 서울대 경영학 출신이고 늘 검은 정장을 착용하며 엘리트의식이 대단하여 다른 파트 직원들과는 좀체로 어울리지 않는다. 지하주차장으로 현금을 가득 채운 프랑스제 델시가방이 도착하면 이를 27층 구조본 비밀금고까지 운반하는 것도 이들 과장들의 몫이다. 이들은 승승장구하여 구조본 고위임원이나 계열사 사장으로 나간다. 삼성에서의 성공여부는 기술이나 능력이 아니라 비자금 관여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처럼 예외도 있으나 삼성내 비자금 조성의 달인인 구조본의 이학수나 김인주는 윤부회장을 한참 아래로 본다.


오만가지 잡죄 중 가장 지탄받아야 할 점은 역시 부의 편법 혹은 불법승계다. 삼성계열사가 취득해야 할 상장전 신주를 별다른 이유없이 실권시켜 소액주주들에게 고루 돌아가야 할 상장차익을 이재용에게 몰아준다. 90년대 중반 아들 이재용에게 에버랜드 전화사채 매입대금 16억을 증여한 것이 이건희가 개인돈을 지출한 유일한 사례다. 이는 김용철이 삼성재직 중 납부한 세액보다 적은 금액이다.


이건희 개인의 왕성한 기호에서 발호한 삼성자동차는 결국 싹이 나기도 전에 뿌리부터 썩어 들어갔다. 이건희는 조단위에 이르는 개인보유의 삼성생명 지분매각을 통해 부실을 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질질 끌다가 없던 일로 해 버린다. 결국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계열사별로 부실을 떠넘겨 버린다. 각종 불로소득은 이건희 개인에게 집중시키되 손실은 불특정 소액주주 및 국민에게 십시일반 전가시켜 버린 것이다. 이재용의 e삼성의 부실도 계열사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부실을 떠 안는다. 반면 실적이 좋았던 S-LCD분야는 이재용의 실적으로 둔갑시켜 경영승계에 크나큰 도움을 준다.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받는 세상인데 성공한 재벌은 처벌받지 않는다. 김용철은 비즈니스 프랜드리는 무법천지에 다름이 아니며 차라리 크라임 프렌드리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일갈한다. 또한 마당발을 추구하는 이유는 사회안정망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인간성이 좋다는 말이 좋은 의미는 아니라 한다. 나쁜 놈들에겐 욕 좀 먹으며 살자고 말한다. 서민대책의 핵심은 뜬구름 잡는 747공약이 아니다. 이를 어떻게 실현하냐는 방법의 문제인데 결국 엄정한 과세를 통한 재정확보가 키워드라고 강조한다.


어제 뉴스에 이건희 회장이 삼성테크윈의 내부 군납비리에 대해 진노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건희 회장이 생각하는 비리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황제의 말 한마디에 의해 전체가 뒤흔들리는 조직, 블라인드 뒤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 기술보다는 원가절감을 우선하는 조직, 기업위기시 황제의 사재출연 약속은 번복하되 수만명의 구조조정은 예정대로 강행하는 조직. 과연 신뢰의 삼성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