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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fractal)

연휴기간에 본 이것저것

 

 

<옹천시장 풍경>

영하의 토요일 아침이라 철물점, 떡방앗간, 막걸리집 등 시골장터 3종세트 모두 문을 열기 전이다.

이렇게 차가운 날엔 연탄난로에서 내뿜는 하얀연기가 더욱 선연해 보인다.

장날이면 근동의 노인네들이 먹바위처럼 옹기종기 검게 또아리를 틀 것이다.

 

 

 

<옹천에서 봉화 넘어가는 지방로변 ‘돌탑’>

자료를 뒤적거려 보니 ‘제작연대 미상’에 가깝게 느껴진다.

국사책에서 볼 수 있는 정형화된 석탑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연적으로 쌓여진 돌무지도 아니고,

굳이 표현하자면 ‘피라미드’에 가깝게 보였다. 

어릴 적 시내버스를 타고 읍내에 가다 보면 들판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있는 ‘넓은돌’을 볼 수 있었고

돌 위에는 고사리, 호박, 무시, 대추 등등 대개 뭔가가 올려져 있었다.

삼사년 전 그곳에 가보니 ‘석상리 고인돌’이라는 안내판과 함께 ‘출입금지’라는 금줄이 둘러져 있었다.

당시 무엇인가 농작물을 말리던 아주머니가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고인돌을 ‘관리’허고 계실 것이다.

수백 수천 년간 그곳에서 그렇게 말없이 ‘통’ 허며 살아왔던 할머니에게나 고인돌에게나 이런 ‘관리’는 그다지 내키지 않으리라.

 

 

<옹천에서 봉화로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

‘Y’사 다이어리 뒷면의 지도에는 숫자와 함께 지방로로 그어져 있었으나 2차선 지방로라 허기엔 ‘관리’의 손길을 덜 타고 있었고,

 ‘마실길’이라 허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도로였다.

고개 넘는 내내 차 한대 마주치지 않았다.

길옆 곳곳에 박혀있는 시커먼 바위들,

그리고 시커멓게 늙은 기와들이 검붉은 심장과 설레는 공명을 일으킨다.

영하의 날씨임에도 양옆 창문, 선루프를 열고 검고 찬 아침공기를 한껏 들이마신다.

일년 365일 운전하지만 이렇게 청명헌 공기를 들이마시며 운전하는 경우는 며칠이나, 몇 시간이나 될까?

 

 

 

 

<영덕 대진해수욕장 근처 마실길에서 >

간혹 길가에서 이런 ‘마을급 문화재’를 마주치는 것은 ‘삐’급 지방로만이 주는 커다란 기쁨이다.

앞마당의 노송 두 그루는 뜨거운 햇살을 빗살무늬로 맹글어 왔으며,

뒤안의 나지막한 둔덕은 매서운 해풍을 부드러운 골바람으로 맹글어 왔다. 

비록 제문을 읽지 못 허는 춘복이라도 정월 대보름이면 바로 이곳에서 달빛을 통으로 들어 마시면서 소원을 빌었으리라.

풍어제를 올리는 사당으로 짐작되는데 오랫동안 사용허지 않은 듯 퇴락해 가고 있는 중이다.

어설프게 ‘뺑끼’칠 당허는 것 보다야 세월과 함께 이렇게 천천히 늙어가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 ‘마을급문화재’다. 

 (나무문틈 사이로 살짝 구다 보고 싶었으나 부정 탈까 봐서^^)

 

 

 

<산청읍내 모시기 마트에서 산 과실주>

노인네가 깡통봉숭아를 유난히 좋아 허시는지라 봉숭아 장아찌려니 생각허고 매대에 들고 왔는데 담근술이란다.

가격표도 없고 상표도 없는 ‘수제’술을 여기 아니면 또 어디에서 살 수 있나 싶어 들고 온 물건이다.

술을 좋아허시는 어르신께 명절 선물로 드릴까 했는데...

어젯밤 딱 한국자만 맛본다는 것이 그만 수위를 넘어서 버렸다.

이왕 버린(?)술 오늘밤도 기다려진다.


 

<산청에서 인월 가는 지방로에서 발견헌 ‘오래된 차’ >

오래된 차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오랜 세월 별 탈 없이 험난헌 ‘길’을 달려왔으며,

그 달려온 세월만큼 앞으로도 별 탈 없이 달려줄 거라는 기대를 가져 볼 수 있기 때문이며

더군다나 운전자의 추억이 갖가지 형태로 배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대 다 사반세기는 족히 넘어 보인다)

 

 

 

<지리산 근방의 산마을들>

지리산 일대의 양지바른 골짜기에는 이런 마을들이 많다.

아주 잠시 저렇게 높은 곳에 살면 불편허지 않을까 ? 생각했지만

산 아래로 내려오지 않아도 마을안에서 일상적인 모든 생활이 가능했기 때문에 불편허지는 않았으리라.

고추, 파, 마늘 등 밭작물 재배며, 고사리, 송이, 고로쇠물 채취 등 풍족허지는 않아도 한결같은 삶이 가능했던 마을이다.

지난 대선 때 청년 실업자를 전국 방방곡곡의 산으로 이주시켜야 헌다는 ‘허’후보의 ‘산삼뉴딜프로젝트’가 매급시 떠 오른다.

 대단헌 혜안(?)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