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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fractal)

임실군 강진면 수방부락

임실군 강진면 수방부락

 

 

리아시스식 호수로 가로막혀 있으며 산내쪽으로 연결되는 도로도 없다

 

산내 사람들은 물건너 운암면 사람들을 휴전선 너머 이북사람으로 생각헐 지도 모를 일이다

 

나또한 옥정호를 끼고 산내에서 강진으로, 강진에서 산내로 수 없이 오갔지만 호수 건너편 마을은 느을 피안의 세상인 듯 어슴프레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 생각했을 뿐 제대로 둘러본 적은 없었다

 

들어갔다 나오는데 왕복 10k정도면 족할 것이나 여타 부락처럼 사통팔달 지나칠 수 있는 부락도 아니고, 말 그대로 내륙의 섬이기에 마음이 동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더군다나 드라이브차 달리더라도 똑같은 물길을 방향만 달리해서 두 번 달린다는 것도 탐탁지 않을 일이다

 

늦은 오후 먼바람이 스치는가 30번 국도를 달리던 중 뜬금없이 내륙의 섬, 강진면 수방부락으로 들어가 본다.

 

산꼭대기까지 2차선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 수방부락까지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포장전이라면 꼬불꼬불 산길이 예사가 아니었을 것이다

 

고갯길 중간중간 팬션, 교회, 신축농가가 점점이 백혀 있다

 

산은 산이다

 

양귀에서 기압차를 감지허는가 밀라노에서 알프스를 넘어 스위스로 들어가는 풍광이 겹친다

 

산너머 어딘가엔 검은 맴생이떼들이 태곳적 부락민이 들어온 이래 수천년간 웅숭거리고 있을 것만 같다

 

수방부락으로 넘어가는 산꼭대기 고개입구엔 부락의 수호신인 듯 소나무 몇 그루가 구부정허니 마을을 가리키고 있다

 

완만한 활 모양으로 휜 마실길로 들어서니 깜냥 너른 들판이 펼쳐지며 수방부락의 전경이 드러난다

 

모두 열다섯농가로 보이며 여느 농산촌마을처럼 곳곳엔 빈집이 산재해 있다

 

고준험령은 아니나 정상에 이런 마을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신화속 신농씨부락에 들어온 듯 아늑해진다

 

부락앞으로 난 좁은 골목을 관통한다

 

부락 반대편엔 너른 구릉이 산아래 옥정호 물길까지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다

 

묵정밭과 메밀밭, 로타리친 밭이 혼재하는 농로를 따라 천천히 천천히 내리막길을 걸어본다

 

 

농로옆 고목과 일군의 바위들

예사풍신이 아니다

 

 

묵정밭과 저 멀리 가뭇 보이는 옥정호

 

 

 

수방산 아래 완만하게 자리잡은 수방부락

 

 

내리막 농로에서 보이는 옥정호

 

 

 

 

 

 

 

10여분 내려가니 뜻밖의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 한다.

이 산골에 구들장 논이라니...

 

 

 

게다가 농기계 진입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평야지대의 논에 비해 들이는 품은 갑절 이상일 것이다.

이곳 구들장논은 농업이 아닌, 생업이며 숙명인 것이다.

 

 

 

논둑엔 강아지 식구들이 살고 있다

고된 논일을 강아지들이 달래주고 있는 것이다

 

 

 

논둑아래 배수로에도 나락이 영글어가고 있다

산도베인지 논베인지 분간할 순 없으나 가까이 보니 논이라기보다는 바짝 마른 밭땅이다

부뚜막에 모셔둔 조앙신이랄까, 나락신을 논둑아래 모셔둔 것이다

일순 숙연해진다

 

컹컹거리지만 경계함이 없이 처음보는 나를 반긴다

 

 

산아래 멀리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불 밝힌 부락들

2030년 후에도 꺼지지 않길...

 

 

 

돌아오는 길 피안에서 이안으로 넘어서는 섬진강댐 우그서 한캇 냄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