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봉이
태욱이 아저씨 딸 쌀봉이
늘 인형 만들어 인형 업고 다니던 쌀봉이
커서 이웃집 아기 업어주던 쌀봉이
어머니가 밥 굶으며 반대하는 사내한테
기어코 그 사내한테 달아나
군산 째보선창 못 미쳐 방 얻어 신접살이 차렸는데
신랑이 빈털터리라
제가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이 집 저 집 마른 일도 해주고
궂은 일도 해주며 살아보려 애썼다
그렇게 살아가노라니 세월도 좀 흘러
노여웠던 어머니도 등잔불 심지 내려 기름 아끼며 풀어졌다
그것들 밥을 먹는지 죽을 먹는지
이따금 쌀말이나 이고 십리길 걸어 주고 온다
물어 물어 째보선창에서 팔마재 꼭대기집 사글세방 찾아가 주고 온다
어머니 이런 것 가져오지 마세요
어머니 어머니 그 사람 심덕 하나 그만이어요
그렇지 신랑자랑은 심덕뿐이다
세규동생
태어나 백일 넘기가 어려워
백일잔치 그토록 동네방네 잔치인가
새터 세규 동생 백일 넘기고 나서
온 동네 귀여움 다 받고 나서
달거리 걸려 몇 번 앓더니
병원에 갈 겨를도 없이 굿할 겨를도 없이 눈 감아버렸다
눈 감은 것 바로 내다 묻어야 하는데
세규 어머니 하도 원통하여 하루 내내 윗목에 뉘어놓은 채 울고불다가
세규 아버지와 세규 작은 아버지가 안아다 파묻어버렸다
할미산 여우 용케도 알고
그날밤 여우 울음소리 무던히 났다
이 세상에 와서 겨우 백일 넘기고 간 일생이여
켕켕켕켕 여우 울음소리 무던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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