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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fractal)

임실 구담마을, 효성스즈끼 gsx250e 적산 30,500km

오후 세 시가 넘어 아파트 주차장을 나오는디 쓰로틀을 비틀자마자 하체에 먼 소음이 따다닥거리며 울퉁불퉁 핸들도 심히 불순하다

어라, 이놈의 고물차가 이건 또 먼 지랄여.’

내려서 보니 뒷타이야가 추욱 처져있다

어젯밤 마실 나가던 중 어디선가 빵꾸가 나 밤새 슬금슬금 바람이 샜는갑다







번개오도바이에 전화를 느니 바로 오신다

막걸리 한 잔 허고 밭에 가려던 차였는디 아다리가 잘 맞읏어이.”




아닌게 아니라 못대가리 하나가 멋대가리 없이 떡허니 백혀있다

뺀치로 뽑아내고 지렁이를 박아둔다.








요놈은 뒤다이야는 노쥬븐디 앞다이야는 쥬브여




요즘은 갈수록 센터로 먹고살기 심드네에, 어디 노가다를 댕기도 이보다는 낫을틴디...”


오후 네 시가 다 되어간다

칼을 뽑았은게 멸치 대가리라도 잘라여 헐 터.

오늘은 어데로 댕겨올까?

최근 전북의 재발견 블로그에 소개된 구담마을이 떠오른다

근디 어쩐다...

유명헌 디는 가고잡지 않은디,

매화마을의 본산이라고, 자전거 하이킹의 성지라고,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주무대라고 히서 붐비면 어쩌나...




달리던 중 조금 추와진게 덧고리로 갈아입는다





다행이도 오가는 길은 물론 구담부락까지도 한산하다

덕치면에서 부락까지 수키로를 들어가는디, 유명부락임에도, 어디에도 구담이라는 표지판은 보이지 않는다

산골로 들어가는 길,

작것 길은 외길이다

섬진강을 따라 쭈욱쭉 들어간다

매화꽃인지, 벚꽃인지, 목련인지, 여기저기 봄꽃이 산재해 있다

농가인지, 팬션인지, 카페인지, 아뜰리에인지 드문드문 근대화된 건물들도 보인다

풍수지리고 사주팔자고 따질 것 없이 한 눈에도 승경이다

멀리 목련 한 그루 우뚝 솟은 곳이 명당이요, 쓰러져가는 농가 한 채 보이는 디가 길지다





목하 구담마을 한가운디 구담슈퍼 평상에서는 부락민 서너명이 막걸리 한 주발 찌크리는 중이다

어이 젊은 냥반 이리 와 막걸리 한잔 혀.”

~메이, 오도바이 운전히야는디 안 되아요~.”


막걸리 서너 주발을 드셨던가, 60대 초로의 노부부는 불콰해진 얼굴로 코란도스포츠에 오른다

출발허려는 찰나 갑빠를 친 코란도 스포츠 적재칸에서 다라이, 분무기 등 농자재 몇 개가 쏟아져 내려 와장창 땅바닥에 구른다

아따 몇 잔 허지도 않았는디 차가 취힛는갑네~~.”







구담마을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 줄기는 익숙한 절경이되 고즈넉하며, 심신은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