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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6 1.6tce RE(2017~2018)

1년간의 세종애마 SM6여 안녕, 1년6개월간의 세종생활도 안녕


벌써 16개월이 지나 버렸다. 예정된 귀로건만 막상 내려오는 날을 앞두고 심연은 급속히 깊어진다. 날은 춥지, 급박하게 짐은 욂겨야지, 같이 일한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새로 근무할 사람에게도 인사해야하니 번거롭고 걱정시랍기 이를데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넘어야 할 일상의 소소한 벽인 것을...

목요일 밤에 일단 몸만 내려온 터라 짐도 욂길겸 지인에게 인사도 할겸 토요일 오후에 다시 세종으로 올라온다. 이것저것 서로 일에 바쁘다 보니 저녁 9시가 넘어서야 펑유를 만나 세종CGV로 건너가 모처럼만에 개봉영화 신과함께를 관람헌다. 자는가 싶어 살짝 곁눈질로 보니 펑유는 중간중간 목하 눈물까지 글썽이며 영화에 몰입중이다. 나는 目不忍見, 지금까지 극장에서 본 영화 중 최악의 영화, 한마디로 총체적난국에 다름아닌 영화인데, 작것이 조회해보니 누적관객수가 1300만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한마디로 人老了(늙었다)란 말인가? 소위 판타지라 허무맹랑한 스토리도 맘에 들지 않고, 3D이미지도 지나치게 현란하며,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판에 박힌 듯, 숙련이 되어있는 듯 너무나 정형화되어 있다. 떠오르는 신예 향기양의 젖살가득한 볼을 제외하면 맘에 드는 구석이 전혀 없는 영화다.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는 계단에서 펑유는 잘 맹근 영화라며 만족감을 표하는데 나는 딱히 대꾸할 말이 없으니 그저 밀납인형인듯 근근한 미소로 응답한다. 이튿날인 일요일은 느긋이 일어나 오전 11시가 넘어 또다른 지인, 따꺼를 만나 장군면에 소재한 곤드레추어탕에서 점심 한그럭헌다. 갈 때마다 변함없던 추어탕 맛이 오늘은 짐이 빠진 듯 시금털털한 느낌이다. 이어 따꺼의 2017년산 아반테에 동승하여 금강변에 소재한 갤러리식 크피샵인 까사다르떼에 들러 사약크피를 앞에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틈틈이 주인사모와도 익숙한 눈빛을 교환한다. 크피샵이라기보다는 작은 전시실, 혹은 사운드 좋은 체임버 분위기가 풍기는 크피샵니다. 주인사모는 이곳은 모든 대소행사가 가능한 곳이고 소규모 예식까지도 가능하다 한다. 전면 연단에는 근사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다. 연주가 가능하냐니 지정 연주자만 연주할 수 있다 한다. 작것, Wonderful tonight 한 번 멋지게 연주해 볼까요?하고 너스레 좀 떨라고 했더니만...크피샵을 나와 사무실에 오니 시간은 오후 2, 잠은 쏟아지고 다시 따꺼의 인생사는 오래된 도넛판마냥 희미하게나마 생기를 발한다. 간헐적으로 인생사를 교환하며 책상을 정리하고 있는 가운데 어느순간 따꺼는 길게 전화통화중이니 억센 남도억양의 여자목소리가 나에게까지 너울댄다. 먼 여자인가 호기심이 발동하여 물으니 10여년전 운적학원 강사를 할 때 교습생으로 알게 된 사이라 한다. 당시 이 교습생의 나이는 28살이었는데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갔고 아들, 딸 각 1명씩을 낳았으며 남편과는 진작에 이혼한 상태인, 소위 말하는 돌싱녀였다 한다. 여차저차하여 173cm의 호리호리한 거구?의 여자교습생과 한차례 관계를 가진 계기로 해서 서로 연락을 주고 받은 것이 어언 10년째이고 지금은 간간이 걸려오는 전화만 받는 정도이지 남녀로서의 감정은 전혀 없다 한다. 전화의 요지인즉슨 이 여자의 나이가 올해 마흔밖에 되지 않았는데 20살의 첫째딸은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29살의 놈씨와 눈이 맞아 덜컥 임신해 버렸는데 문제는 남자의 부모가 청각장애인이라 혹시라도 뱃속의 애기에게도 유전되지 않을지 심각하게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17살의 둘째 아들은 공고를 퇴학하고 미용을 배우는 중인데 얘도 살아가는 모습이 탐탁치 않은 것은 매일반이니 엄마로서 너무 답답하여 질게 하소연하는 것이다. 따꺼도 나 또한 뾰족한 수가 없는데 통화만 길게 했다며 푸념아닌 푸념이다. 통화종료후 따꺼는 고요하게 영어단어책을 좀 보는가 싶더니 오후 4시가 넘어 사무실을 나간다. 이제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책상을 비우고 파일도 정리한다. 쉽게 끝날 줄 알았건만 오후 7시가 되어서야 끝나고 이어 사무실 바로 뒤편에 위치한 원룸으로 이동하여 세간살이를 박스별로 분류하여 담고 알토에 하나하나 쟁여늫고 쓸고 닦고 비우고 청소까지 마무리하니 어느새 시간은 밤 10시를 매섭게 넘어선다. 원룸과 사무실, 지하의 업무용 차인 SM6까지 한캇 박아주고 차에 올라 마지막으로 펑유에게 전송하고 나니 22시 반. 빵과 크피로 허기만 달래는채 송선4거리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120~130K로 고속남하한다. 이른 새북과 심야에 23번로를 쾌속주행할 때면 심신이 진공청소기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멍한 느낌도 이젠 마지막이다. 심연

이 깊어진다.





이제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책상을 비우고 파일도 정리한다.




세간살이를 박스별로 분류하여 담고 알토에 하나하나 쟁여늫고 쓸고 닦고 비우고 청소까지 마무리하니 어느새 시간은 밤 10시를 매섭게 넘어선다.





원룸과 사무실, 지하의 업무용 차인 SM6까지 한캇 박아주고 차에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