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읍내 구영부락 부유, 그리고 블로그 10년
얼마 전 30년만에 부안군청 뒷산인 성황산을 올라 동쪽을 조망해보니 선은로 건너 읍내를 감싸고 있는 야트막하고 기다른 산등성이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그곳 언덕에 웅숭거리고 있는 왼갖 유실수와 구옥들이 어찌나 정겨워보이던지 저 부락은 필시 먼가가 있어 보였다. 하여 오늘은 선은로 건너 언덕배기의 부락, 오늘에서야 이름을 알게 된 구영부락을 골목골목 구다본다. 자연부락답게 구불구불골목인데 최근 새뜰마을 조성으로 소방로가 번듯하게 남북으로 뚫리고 있다. 몇 몇 구옥은 헐리는 중이다. 그 중 쎄멘기와를 얹은 어느 폐옥앞에서 발길이 멎는다. 출입문과 창이 다 뜯겨나간걸 보니 발빠른 수집상들이 먼저 거쳐간 것 같다. 가옥은 크지 않으나 깜냥 모양새를 갖췄다. 마당에는 백목련과 살구꽃이 사이좋게 화사하다. 브로꾸 담벼락 너머로 부안읍내가 한눈에 펼쳐지며 마당한켠 변소에는 좌변기와 재래식 변기가 각각 한칸씩 자리하고 있다. 집 뒤편으로는 거대한 돌바위가 백힌 경사진 언덕이 병풍마냥 둘러싸고 있다. 언덕 곳곳에는 다듬잇돌만한 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니 먼 까닭일까? 필시 성곽의 흔적이리라. 언덕 맨 위에는 구영경노당이 산등성이의 맹주마냥 자리하고 있다. 부안읍내와 성황산, 멀리 주산, 백산, 행안의 형세가 한눈에 짐작이 되는데 이곳이야말로 그 옛날 군사적 요충지가 아니었을까. 바람이 왕성하다. 햇볕도 투명하다. 경노당에서 근처 외뜬집을 잇는 고샅에는 키 작은 동백이 유난히 붉다. 특히 살진 마늘줄기와 자색 짙은 갓은 3월 말 구영부락의 화룡점정이다.
어느새 블로그 10년이 되어 끼적끼적
2009. 4. 5일 다음에 블로그를 개설했으니 어느새 10년이다. 특정인에게 나를 알리기 위해 블로깅을 시작했는데 점점 인이 백히더니 이젠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고나 할까, 일상이자 의무가 되어버렸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 소소한 일상을 기록했던 지난 10년, 나아가 지난 48년은 지극히 평온하며 소박한 일상의 연속이었으나 앞으로의 10년은 더 이상 소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일상이었던 양친은 더 이상 나와 함께 하지 못할 것이며 나 또한 환갑이 가까워질수록 삶을 마주하는 왼갖 결 자체가 이전과는 급격하게 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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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쎄멘기와를 얹은 어느 폐옥앞에서 발길이 멎는다.
마당에는 백목련과 살구꽃이 사이좋게 화사하다.
브로꾸 담벼락 너머로 부안읍내가 한눈에 펼쳐지며 마당한켠 변소에는 좌변기와 재래식 변기가 각각 한칸씩 자리하고 있다.
키 작은 동백이 유난히 붉다. 살진 마늘줄기와 자색 짙은 갓도 3월 말 구영부락의 화룡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