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구들판에 강같은 평화가 넘치는 시기는 아무래도 모내기철인 이즈음이 제일이다. 네게 강같은 평화, 내게 창창한 논물! 봄과 여름을 아우르기에 1년 중 가장 부드럽고 생동감있는 봄바람에 잔물결이 부드러운 논물. 게다가 너른 무논에 점점이 백혀있는 농가들은 왜 그리 운치있게 보이는지. 어느 집은 창을 열면 논물이 넘실대고 또 어느 집은 울타리 너머로 대해가 펼쳐지니 세상에 이보다 풍요롭고 드넓은 가옥이 또 있으랴... 沃溝, 澮縣 , 이곳은 지명에도 물수변이 창창하니 그야말로 총천연색 무논의 향연이다. 회현, 옥구의 무논을 지나 군산시내와 옥구를 경계짓는 상평부락앞을 지나던 차 옥구향교 안내판이 보인다. ‘어라 자그마한 부락인데 향교가 있네?’ 호기심에 부락으로 들어가니 폐철로가 마을을 양분하고 있다. 그 시절이니 부락을 두동강내버렸지 지금 같으면 꿈도 꾸지 못 할 일이다. 보아하니 미군기지와 째보선창을 잇는 철로로 보인다. 잠시 눈을 돌리니 철길아래 미색 콘크리트건물의 상평이용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찻길옆 오막살이 정경인가, 일순 걸음을 멈춘다. 최소 50년 이상은 되어 보이는 풍신이다. 유리문 안으로는 왼갖 이발도구며 이발의자 등이 역시 50년동안 박제되어 있다. 얼마나 많은 부락민이 내왕했을까, 50년 전 이발사가 계속 영업중일까.... 출입문은 닫혀있고 유리창에는 이동전화번호가 적힌 작은 표지가 미풍에 작약이파리마냥 흔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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