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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일상들

인월면 출행기, 그리고 최고의 쥬라이빙 이모션

중학생시절 지리시간에나 배웠던 전형적인 사바나날씨다. 전주에서 모래재 넘어, 진안, 장수, 번암, 사치부락을 거쳐 인월까지 달리는 두어시간동안 쏟아지는 비와 쨍한 해를 대여섯번은 교차했을 터. 특히 천천면에서 장수로 가는 길, 그리고 돌아오는 길 산서면에서 관촌으로 가는 구간에서 펼쳐지는 해와 먹구름, 음양이 맹글어내는 조화는 선계라고나 할까, 내가 달리는 도로는 해가 쨍헌데 먼산 정상에 걸터앉은 먹구름은 한층 징명하다. 가히 2002년 안휘성 황산에서 본 진경산수화이후 기억에 추가될 선경이다. 간만에 들른 남원 인월면은 마음속 해방구의 전형이다. 분명 전북인데도 억양은 전북이 아니다. 어떻게 들으면 제주도같기도 하고 또 강원도 억양같기도 하다. 경남과 접경지대다 보니 경상도사투리도 예사로 들린다. 찬찬히 본정통을 걸으며 혹은 차부 간이의자에 앉아 토색의 향연을 만끽했어야나 날씨가 구지니 마음도 급했다. 점만 찍고 와 버린 것이 못내 아쉽다. 찬바람 나는 가을에는 인월로 해서 한바퀴 돌아봐야겠다.오늘 내내 달려준 봅슬레이티코도 발군의 쫀득함을 보여줬다. 작것이 마후라는 짜그락거리지, 90키로 이상만 되먼 핸들은 토사곽란을 허지, 게다가 우기에 운전석 바닥은 항상 축축헌터라 장도를 함께 해얄지 잠시 망설였지만 오늘 하루는 이상스레 마후라소음도 적어졌고 더군다나 핸들 토사관란이 웬말이냐? 매우 안정적으로 달려줬다. 그 많은 우중주행, 물구덩이를 지나쳤음에도 운전석바닥까지 뽀송뽀송하다. 지리산 공기가 예사 공기가 아님을 봅슬레이 티코도 감지한 걸까, 습을 머금은 지리산발 흡기에 가속빨이 매우 탁월했다. 27년간 티코를 몰며 오늘처럼 쫀득쫀득한 느낌은 매우 이례적이다. 가히 나의 드라이빙사에 흐린 잔상으로 흐물댈 하루다. 무지개 뜬 날에 티코도 강철로 만든 무지개였다.

 

인월에서 전주로 복귀허던 중 잠시 멈춘 곳 산서면 

낮에는 태극기를, 밤에는 인공기를 흔들어야 했던 고단한 면민의 삶은 큰아들은 국군으로 작은아들은 인민군으로 입대했던 한 할머니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인월을 댕겨온 후 분위기 쇄신차 가구를 약간 욂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