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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hodgePodge)

거석부락 노숙

캠핑지로서 그간 주구장창 댕겼던 계화도 조류지 전망대에 변화가 생겼다. 저번 9월말 찾으니 전망대 기둥따라 바람막이용 비니루장막이 덧대져 있고 마룻바닥에는 지푸라기 멍석이 양탄자마냥 깔려있다. 그뿐인가, 고공품 짜는 불상의 베틀까지 떡 허니 자리하고 있으니 아마도 인근 영감형이 공용시설을 아예 개인 작업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명당자리는 알아봐갖고 2023년 문명사회에 이런 잡녀러 일이...
하여 이번에 찾은 곳은 청림리 거석부락. 80년대 내변산은 비포장도로에 노면도 고르지 못했다. 1978년인가 어느 한 겨울 우슬치를 넘는 시내버스가 어띃게나 토사곽란을 히쌌는가,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몸뚱아리는 거의 축구공을 방불케 했으니...참 인공때 피빨아먹던 얘기 읊고 자빠졌눼.
지금은 죄다 아스팔트 포도다. 부락은 5~6가구에 불과하고 동네한켠 체육공원에는 화장지와 24시간 조명이 완비된 화장실에, 파고라 5, 벤치 10여개, 우레탄 깔린 테니스코트까지 조성되어 있다. 세상에 이곳을 누가 찾는다고 이 오지에 돈탕질을 해 놨을까. 그나마 화장실 청소에는 부락 노인네를 사역하고 있을 테니 노인일자리사업에는 기여헐 터.
1992휘발유라보에 한 살림 가득 때려 실었던 짐을 내린다. 텐트는 공원 가장 안쪽의 파고라에 거치했다. 산간이라 16시 좀 넘은 시각인데도 하루의 해는 이미 저 세상. 덕분에 몸이 좀 으실으실허다. 부안시장에서 끊어온 회산물 한접시에 처음처럼 한 잔. 회는 역시 마늘과 깻잎이 있으얀디 작것 괴기맛이 좀 적적허지만 그리도 횟집에서보다 훌륭허다. 이어 싸온 벤또로 한끄니. 그리고 가벼운 스트레칭 후 텐트에 누워 노동의 새벽을 한 대여섯장 넘겼나, 이내 꿈세계로 회귀했다.
공기가 찬데다 알몸으로 누웠으니 사지가 신간편치 못 허다. 중간에 박차고 인나서라도 옷을 좀 입으얀디 귀찮으서 버티다버티다 결국 새북 서~너시경에서야 입었다. 바람이 들이치니 잠도 연하다. 괴곡성인지 바람인지, 인기척인지 멧돼지인지 가늠이 어렵다. 형식이 존재를 규정함이 금수에도 적용된단 말인가, 몇 시 쯤일까, 계곡 전체를 깨우고도남을 닭울음이 깊다. 양계장닭은 말할 것도 없고, 용서부락에서 집닭이 내뿜는 새북의 향연과도 비교할 수 없이 울림이 깊다.